이재명 “조용한 경선”에 비명계 주춤

2025-04-09 13:00:16 게재

김부겸 김경수 불출마 고심 야당 통합경선도 멀어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탄핵정국을 주도해 온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경선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당내 경선이 국민적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의 독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리와 명분을 살리는 경선구도가 등장할지가 관건이다.

대통령 파면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 대선 출마자가 두자릿수에 달하는 반면 민주당은 예상보다 출마자가 줄어들면서 ‘조용한 경선’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조만간 ‘온라인 중심’의 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지난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네거티브·매머드 선대위·조직동원을 없애고 비전과 정책·후보·젊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하는 ‘3무 3유’ 선거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비이재명계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보였던 김부겸 전 총리는 이번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전 지사도 경선 참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 전 지사측은 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경선 일정 등을 참고해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대선 출마 뜻을 밝히고 활동을 해 온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8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조용한 경선’ 흐름은 대통령 파면·경제 위기 등이 겹치는 외적인 상황과 내부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관련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내란을 시급히 정리하고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위기에 대처할 정권을 뽑는 선거인데 축제 분위기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모습이 좋게 비칠 것 같지 않다”면서 “위기 대응 전략 등 집권 후 비전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측도 계파 색이 옅은 당내 의원을 중심의 소규모 캠프로 경선을 치르고, 경선 이후 당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객관적 전력 면에서 이 대표가 크게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원과 지지층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당의 기본 경선룰을 고려할 때 당 대표 연임과 총선 공천,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한국갤럽 데일리오피니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장기간 두각을 나타내는 점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이 경선기간을 줄이는 ‘압축 경선’ 방침을 세운 것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재미없는 경선을 대비해 이 대표와 정책적 차별성을 드러내는 ‘페이스메이커’ 후보를 출마시키는 방안이 거론될 정도다. 한 비명계 인사는 “당 안에서 ‘아름다운 2등 전략’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상황인데 객관적 전력을 무시하고 무조건 나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등이 요구한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은 반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9일 더불어민주당에 오는 10일까지 ‘완전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을 통한 범야권 단일 대선후보 선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식 답변 시한은 목요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역선택 우려는 해소돼야 할 것 같지만, 역선택 방지 조항을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며 “당원주권 문제는 내란세력 척결을 위한 압도적 승리를 위해 양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혁신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11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독자 후보를 낼지 아니면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당 안에서는 독자후보 전술을 펼 경우 박은정 신장식 황운하 의원 등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진보당은 김재연 상임대표와 강성희 전 의원이 대선 출사표를 냈고, 민주당 혁신당 등 야당과의 협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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