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세대갈등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더 올리고 정부 재정책임 강화해야

2025-04-11 13:00:13 게재

연금행동 “연금개혁안 실제 청년세대에게 더 많은 혜택” … 기금고갈, 기금운용수익 등 고려 안 한 지나친 공포 과장

“국민연금 보험료를 8년 3개월(99개월)간 657만2700원을 납부하고 2001년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23년간 연금액을 약 1억1846만원을 받았다.”

3월 20일 연금개혁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국민연금 내역 고지서 내용이다. 이 의원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세금과 재정 부담을 떠넘겨 현재의 표를 얻는 복지정책을 실행한다면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청년층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연금개혁안이 청년세대에게 불리하다며 세대갈등을 유발·증폭시키는 모양새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7일 ‘연금개혁 정말 청년들에게 불리한가’라는 주제의 이슈페이퍼를 통해 “세대갈등을 유발하고 사회복지제도 전반의 신뢰를 저하시킬 위험이 다분해 오해를 불식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금개혁 3대 요구 즉각 이행하라!”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양대노총이 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시민의 뜻에 따른 연금개혁 3대 요구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먼저 이 위원의 비판에 대해 연금행동은 “이 사례는 국민연금 시행 초기 나이가 많아 연금가입기간을 채울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도입된 특례노령연금에 해당한다”며 “그 중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사례인데 이를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구 국가들도 우리보다 먼저 공적연금을 시행하면서 공적연금에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은 당시의 노인들에게 곧바로 연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오히려 공적연금을 도입하면서 당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지 않은 우리나라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1.5%에서 43%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 인상 측면에서 보면 연금개혁안이 청년세대에게 더 많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소급적용되지 않고 2026년 가입분부터 적용된다. 인상된 소득대체율의 혜택은 가입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세대에게 더 많이 돌아가며 현재 퇴직해 연금을 받는 수급자에게는 소득대체율 인상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금행동이 국민연금 실가입기간을 반영해 현 50세와 20세의 연금개혁 전후 소득대체율을 비교한 결과 20세의 가입기간당 소득대체율 상승폭이 더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제5차 재정계산에서 전망한 실가입기간으로 50세는 22년, 20세는 28년으로 가정했다.<표1 참조>

연금개혁 이전 50세의 소득대체율은 24.38%이지만 이후는 24.71%였다. 20세는 28.00%에서 30.10%였다. 가입기간당 소득대체율 인상폭도 50세는 연금개혁 이전 1.108%에서 이후 1.123%으로 0.015%p가 올랐다. 하지만 20세는 1.000%에서 1.075%로 0.075%p로 인상폭이 더 컸다.

연금행동은 “20세와 50세는 기대여명이 다르기 때문에 수급기간을 동일하게 가정해선 안된다”면서 “수급기간을 조정하고 기금운용수익의 차이 등을 고려해야 20세와 50세가 받는 급여 수준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대갈등, 정부·여당 책임 상당 = 연금행동은 세대갈등에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연금행동은 “정부·여당은 2024년 3~4월 한달에 걸쳐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한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시민들이 택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 방안을 무시했다”며 “나아가 연금개혁 공론화에서 다루지도 않은 ‘세대별 차등보험료’와 ‘자동조정장치’를 내세운 연금개혁안을 밀실에서 만들어 지난해 9월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국민들의 뜻을 무시한 비민주적인 것으로 연금에서의 ‘내란’사태”라고 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와 경제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연령을 자동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다만 연금행동은 보험료 인상 측면에서 보면 “청년들이 올라간 보험료를 더 오래 납부해야 하므로 보험료 부담면에서는 미래세대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표2 참조>

하지만 연금행동은 공적 부양 부담분이 늘면서 개개인의 부양 부담은 감소하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후세대로 갈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 수준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사적으로 책임질 영역은 줄어든다”며 “노령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사적 책임과 개별 대응’을 ‘공적 책임과 공동 대응’으로 전환시키는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했다.

통계청 ‘사회조사’(2025년)에 따르면 실제 ‘주된 노후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선택한 응답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개인연금이나 저축 등과 같은 사적수단에 대한 응답 비중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3 참조>

연금행동은 국민연금이 낸 만큼 가져가는 민간보험상품이 아니라며 낸 돈과 받는 돈을 비교해 형평성을 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금행동은 “복지제도와 관련해 세대 간 손익을 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보편적이지도 않다”며 “건강보험의 경우 청장년은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의료서비스를 적게 이용하는 반면 노인들은 납부하는 보험료에 비해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지만 이것을 두고 세대 간 형평을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사회복지에서는 세대보다 계층과 젠더 등이 더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행동은 “비정규직 비중을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의 비정규직 비중은 32.3%인 반면 50세 이상의 비정규직 비중은 49.9%”라면서 “연령대별 성별 고용불안정계층의 비중 추이를 무시하고 이를 모두 세대로 묶으면 이것이야말로 불공평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기금, GDP 대비 세계 최대규모 = 기금고갈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연금행동은 “정부가 기금수익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기금소진은 이보다 늦춰질 것”이라며 “‘기금소진=연금 미수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기금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이며 우리나라처럼 거대 기금을 가진 나라가 오히려 소수”라고 했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 공적연기금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대 규모다. 절대금액 기준으로는 세계 3위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제 기금소진은 계속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인구구조가 안정되는 시기가 오면 문제가 완화된다”며 “개혁은 고령화 충격을 완화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5차 재정계산에서도 노인인구 비중은 2080년 이후 완화되고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도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인구 비중과 노년부양비의 증가폭을 보면 2030년부터 2050년까지가 증가폭이 매우 크고 그 이후는 증가폭이 상당히 감소함을 볼 수 있다.

남 교수는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 변화가 매우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래세대 보험료 폭탄론에 대해 연금행동은 “세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유럽국가들처럼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연금소득에 부과되는 세수를 국민연금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득이 2만5000달러 미만인 사람은 연금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지만 소득이 많으면 연금소득의 85%에 대해 세금을 납부한다.

프랑스는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연금소득 복지수당 이자 금융소득 상속소득 등 모든 세금에 일반사회보장세를 거둬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 추가 인상과 함께 미래세대의 실질적인 가입기간을 늘릴 수 있는 군복무·출산·실업 크레딧의 확대와 즉각적인 국고지원를 요구했다.

8일 연금시스템의 구조를 변경하는 구조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됐다.

연금행동은 구조개혁에 대해 “정년연장 등을 포함한 노동개혁과 함께 우리 사회의 운영체제 전반을 개혁해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고 국민연금의 본질적인 기능인 노후소득보장기능을 확보해야 한다”며 “동시에 국민연금이라는 노후보장제도가 적절히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를 혁신하는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구조개혁은 단순히 연금제도에 한정한 구조개혁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선순환할 수 있는 사회 전체의 구조개혁이어야 한다”면서 “세대 간 갈라치기가 아니라 미래세대와 현 세대의 연대와 공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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