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형사재판 시작, 수사도 탄력
내란 우두머리 혐의 놓고 공방 예상
‘공천개입’‘선거법 위반’수사 본격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이 시작되면서 향후 공판 과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던 만큼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윤 전 대통령의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한 지 10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법정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일반에 노출되지 않았다. 법원이 경호상 이유로 지하주차장으로 비공개 출석하게 해달라는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또 법정 내 촬영 신청을 불허해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는 모습도 공개되지 않았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때는 촬영이 허가돼 이들의 법정 모습이 공개됐던 것과 달랐다. 법원이 과거와 다른 잣대를 적용하면서 ‘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귀연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7일 그동안 ‘날’을 기준으로 계산하던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바꿔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날 공판은 윤 전 대통령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으로 시작됐다. 인정신문은 법정에 출석한 사람이 피고인과 동일인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과 윤 전 대통령측의 입장 진술, 증인신문이 이어진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 3일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향후 형사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는지, 또 군경을 동원한 행위가 폭동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은 내란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윤 전 대통령측은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문란 목적이 없었고 짧은 시간 소수의 병력을 동원한 것은 폭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은 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는 국헌문란으로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 효력을 놓고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측은 검찰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의 영장발부로 공수처 수사권의 적법성이 인정됐고, 공수처 수사만으로 기소한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장관을 비롯한 다른 내란 중요임무종사 피고인들과의 사건 병합 여부와 향후 재판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오는 21일과 28일 공판기일로 지정해 놓았는데 다른 주요 재판처럼 재판일정을 늘릴 수도 있다.
대통령직 상실로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만큼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받았지만 검찰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고려해 내란죄만 적용해 기소했다.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윤 전 대통령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대선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통화 육성까지 공개됐지만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명씨 관련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미 지난 2월말 김 여사측에 소환조사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지난 10~11일에는 보석으로 석방된 명씨를 창원지검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공소시효가 다가오는 만큼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경선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한 네 달 정도 (위탁관리를)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며 “손실을 봐서 집사람이 안되겠다고 해서 돈을 빼고 그 사람과는 절연했다”고 발언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윤 전 대통령 취임으로 중단됐던 이 사건 공소시효는 헌재의 파면 결정과 함께 다시 진행돼 4개월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 9명이 대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되고 김 여사와 유사하게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도 주가조작 방조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김 여사를 재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상황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본홍·서원호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