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민주당 주도 탄핵연대에 ‘반기’
“극우와 중도보수만 존재, 진보정당 절실”
대선 TV토론 참여해 거대양당 공격 예고
정의당이 녹색당, 노동당 등 원외 소수정당뿐만 아니라 진보성향 시민단체들과 손잡고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포함한 원내 야 5당 등이 내는 단일 후보와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에서 민주당 주도의 ‘탄핵연대’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의당은 조국혁신당, 개혁신당과 함께 소수정당 중 중앙선관위 기준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 그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15일 후보 등록에 이어 16일 대선 경선후보로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2017년 역사를 되풀이할 수 없다. 정권교체만 되면 우리 사회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민생, 소수자, 노동자 정책이 오히려 더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지난 12일과 13일 전국위원회·당대회를 열고 노동당 녹색당을 포함한 진보정당 3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권 대표는 경선 후보등록 기간인 이날 중 등록을 마치고 1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고공 농성장 현장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달 26일까지 선거인단 모집과 후보 토론회, 지역유세가 예정돼 있다. 선거인단과 시민투표는 27~30일까지 진행한다. 다음달 1일 대선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은 노동절 집회 장소에서 열기로 했다.
정의당은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언제나 묵묵히 광장을 지킨 정의당은 지난 4개월 동안 광장의 시민들이 가장 뜨겁게 외친 구호들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시민들은 윤석열 파면뿐만 아니라 내란 세력의 완전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요구했다”고 했다. 정의당은 “(2017년에 이은) 두 번의 실패는 있을 수 없다”며 “극우와 중도보수만 존재할 이번 대선에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해 당당하게 나설 것”이라고 했다. “친기업 성장주의 정치와 극우 정치는 (노동자 등 소수자) 이들을 절벽 아래로 밀어낼 것”이라며 “절벽 끝으로 밀린 이들을 구해내는 진보정치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녹색당은 전날 “대선 기간,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독자적 진보후보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해 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선 이후에도 이어져야 할 진보3당과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의 넓고 단단한 연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원외정당인 정의당 대선 후보는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원내 5석 이상을 보유한 정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후보 외에도, 지난 대선이나 최근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정당득표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을 초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이준석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선 개혁신당과 정의당 후보도 TV토론에 나서면서 정의당은 민주당과 함께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후보들을 협공할 수도 있겠지만 보수화된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칼날도 날카롭게 들이댈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주자인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민주당의 보수화로 지지할 곳을 잃은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선택지가 민주당밖에 없다면 ‘정권 교체’와 ‘내란 종식’을 위해 불가피하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진보진영 지지자들이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면 진보정당 쪽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