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경쟁력을 키우자 - 서울 송파구

검색보다 사색하는 도시 … 독서문화의 힘

2016-01-21 10:45:33 게재

'책 읽는 송파' 주민들이 꼽은 '가장 잘한 사업'

희귀도서·책문화사 망라한 박물관 '화룡점정'

지방자치 부활 21년, 2014년 7월 출범한 민선 6기도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단체장들이 지역과 지방자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주민들에 약속한 사항도 하나둘 결실이 보인다. 원숭이의 해 시작과 함께 민선 6기 성과로 남을 만한 지자체 핵심사업을 짚어본다.

"인터넷 검색이 발달하면서 대화의 깊이가 없어지고 즉흥적이 됐어요. TV토론도 철학적으로 빈곤하고. 누군가 '요즘 세대에는 검색만 있고 사색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공감했어요. 사색·철학의 힘을 키우는데 책만큼 유용한 게 있겠어요."

 

서울 송파구가 검색보다 사색하는 도시를 위해 책 읽는 도시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잠실2동 어린이도서관을 찾은 박춘희 구청장이 어린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송파구 제공

 


민선 5기 각 지자체가 눈에 보이는 건물을 짓거나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기치로 내걸었을 때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은 '책 읽는 송파'를 제시했다. 주민들이 사색하는 도시, 철학이 있는 도시, 품격이 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박 구청장은 "독서를 통해 주민들 인문학적 소양과 시민역량을 키우고 행복지수를 높이면 수준 높은 복지사회 구현으로 이어진다"며 "평소 토론과 합의로 일을 추진하는데 책 읽는 송파만큼은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당장 공무원들이 반발했다. 민원전화를 받을 때 구호부터 '해피(happy) 송파'에서 '책읽는 송파'로 바꾸자고 했더니 불평이 줄을 이었다. '발음이 어렵다' '행정에 불만이 있는 주민들 항의전화가 많은데 한가롭게 책 읽는다고 얘기하냐'….

"직원 전체 조례때 조목조목 반박했어요. '정확한 발음이 아니어도 괜찮다' '화난 주민한테 행복하다고 하는 건 괜찮고 책 읽는다고 하면 안되냐'…."

직원들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해 구청장이 직접 나서 설명해줄 줄 몰랐다'며 수긍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무원보다 더 낯설어할 것같았던 주민들 호응이 의외로 컸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이 시작. 방치돼있던 새마을문고를 재단장해 주민친화형 작은도서관으로 꾸며, 동네 특성에 맞게 운영하도록 했다. 도서관에서만 책을 읽는다는 편견을 깨는 공원 속 책장, 어린이놀이터 옆 공유 책꽂이, 무인책장 등은 주민들이 앞장서 동네로 아파트로 확산시켰다. 집에서 잠자는 책을 모아 책장을 꾸몄고 시중 찻집도 책을 비치, '책이 있는 송파형 북카페' 대열에 합류했다. 구는 매년 5개씩 북카페를 발굴, 인증한다.

5월 가정의 달에는 어린이를 위한 '책축제'를 열고 여름철 성내천 물놀이장에서는 '피서지 문고'를 정착시켰다. 1년간의 책 읽는 송파 사업을 망라하는 10월 책잔치는 공·사립도서관과 학교는 물론 문화원 독서동아리·단체 서점까지 지역자원을 연계한 대규모 행사. 연간 3만5000명 이상이 책 문화와 나눔을 즐긴다. 가족이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공유하는 가족 독후감, 문학에 음악을 접목한 창작가요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책 낭송을 즐기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 책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책 읽는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사업이 줄을 이었다. 주민들은 2012년 사업을 시작한지 2년만인 2014년 '책 읽는 송파'를 '가장 잘한 사업' 1위로 선정, 힘을 실어주었다.

올해는 지속가능한 독서문화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전국 최초로 책 전문 공립박물관을 추진한다. 도서관은 물론 희귀도서 등 책의 역사·문화사를 담은 전시실, 책의 탄생과정 체험공간, 책과 연계한 복합 문화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책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호기심·흥미 유발을 위한 이용자 중심 문화활동 가운데 '시민참여 기획전'이 특히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근·현대 책의 흐름과 미래상, 종이 활자 디자인 등 책의 구성요소에 대한 예술적 접근 등 주제도 미리 가다듬고 있다. 박춘희 구청장은 "책 박물관은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교육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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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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