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경쟁력을 키우자 - 서울 구로구

디지털산업단지에 문화의 옷을 입히다

2016-03-09 10:06:37 게재

건물에 가로막힌 보도 연계해 문화거리로

규제완화 성과 … '구로공단역사관' 계획

지방자치 부활 21년, 2014년 7월 출범한 민선 6기도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단체장들이 지역과 지방자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주민들에 약속한 사항도 하나둘 결실이 보인다. 민선 6기 성과로 남을 만한 지자체 핵심사업을 짚어본다.

"디지털단지가 첨단산업단지 중심이 된지 오래인데 법체계는 아직도 '굴뚝공단' 그대로예요. 구로공단 기준으로 규제를 해요. 30·40대 인구 15만명이 몰려있는데 문화체육시설도 주거시설도 들어설 수가 없어요."

 

서울 구로구가 삭막한 디지털산업단지를 일하기 좋은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꿔가고 있다. 담장으로 가로막혀 있던 보도가 걷기 좋은 거리로 거듭나면서 젊은이들이 머무는 도시로 변모 중이다. 사진 구로구 제공

 


1960·70년대 '수출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꾼 건 지난 2000년. 어지럽던 공장지대는 우뚝 솟은 빌딩으로, 어린 여공들은 '넥타이 부대'로 달라졌지만 삭막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 성 서울 구로구청장은 "답답한 공간에서는 성장을 꿈꿀 수 없다"며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지역도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삭막한 업무공간에 문화를 덧칠해야겠다고 판단했던 이유다. 그리고 3년여. 디지털단지는 다시 '구로의 심장'으로 뛸 채비를 하고 있다.

"당초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보도를 계획하지 않았나봐요. 높은 빌딩들이 줄이어 있는데 차도밖에 없어요. 건축 후퇴선을 보도로 활용하고 있는데 사유지처럼 담장을 치거나 화단을 조성해서 연결이 안돼요."

줄잡아 15만~16만명이 일하는 공간인데 빌딩 밖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이유였다. 2013년 국토교통부 공모사업 예산을 확보하면서 건물주들을 설득, 멋드러진 조경시설을 철거하고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확보한 도로는 그림과 조형물을 설치해 '문화의 거리'로 꾸몄고 독립음악인들 공연장을 조성했다. 거리 공연이 정기화되고 수공예 예술품을 판매하는 작은 장터를 열고 예술단체가 디지털단지에 입주하면서 일대 풍경이 달라졌다.

이 성 구청장은 "젊은이들이 휴식시간이나 일과시간 이후에 거리를 걷기 시작했고 빌딩 1층이 찻집이나 점포로 바뀌었다"며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연결하지 못했던 도로까지 올해는 다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513개 사업 가운데 디지털단지 거리환경 개선사업을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산업단지에서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행정자치부 '걷고 싶은 거리' 사업에 공모, 지역 대표 먹자골목으로 재단장했다.

"극장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많았어요. 구에서 야외공연장을 조성했는데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부족했던 거죠."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에는 극장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법령이 걸림돌이었다. 기업인들 의견을 모아 중앙정부에 규제완화를 건의했다. 정부와 국회를 수차례 오간 끝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문화·집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규칙을 일부 바꿨고 지난해 국유지인 옛 공단 정수장 부지를 공개매각하면서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첨단 산업단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디지털단지 전역에 무료 와이파이망을 구축했고 구로공단부터 첨단산업단지로 변화하기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추억과 희망의 구로공단 여행'을 개설했다. 올해는 구로공단 산업화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문화 갤러리를 시작으로 구로공단 역사박물관을 준비 중이다. 이 성 구청장은 "대한민국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구로공단은 지역 주민은 물론 서울과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역사"라며 "첨단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지식문화도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 산업단지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인터뷰│이 성 구로구청장] 구로시장을 청년 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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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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