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하 막는 수리·렌트비│(2) 대물배상 지급제도 개선 요구 높아
"경미한 사고 수리기준 만들어 보험금 누수 막아야"
금융당국, 법제화 추진 … 추정수리비는 폐지가 답
렌트 기준, 동종동급에서 동일배기량으로 변경해야
차대차 소액 사고에 모럴해저드가 끼어들면서 비정상적인 자동차보험금 지급이 늘어난 것은 물적 사고에 대한 관대한 보상시스템이 근본 원인이란 게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자동차보험은 법률상 의무보험이지만 인적사고의 경우 배상 지급기준과 제도가 촘촘한 반면, 물적사고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
대인배상은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과 보험 표준약관에 보험금 청구자와 청구권자, 권리이양이 명시돼 있는 반면, 물적배상은 권리이양에 관한 언급이 없다.
보험금 지급기준도 대인배상은 가격, 지급방법, 항목별 구분이 명시된 데 반해 대물배상의 경우, 가격 기준이 모호하고 지급방법이나 항목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차사고에 따른 진료수가도 인적배상은 의료기관이 심평원 등 2단계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돼 있으나, 물적손해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분쟁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자배법과 약관은 인적배상 관련 분쟁처리의 기준과 방법이 명시돼 있지만 물적배상은 방치돼 있다.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분야에서 모럴 해저드나 연성사기가 작동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이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자동차보험료 증가 억제를 위한 보상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대물배상 제도 전반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란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제도개선안은 △경미사고 수리비 기준 마련 △대차료(렌트비) 제도 개선 △추정수리비 제도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비업자에 보험금 청구권 위임하자" = 대인사고의 경우 보험회사는 피해자와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지급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대물사고는 보험사가 상대해야 할 이해관계자가 피해자, 정비업체, 부품업체, 유리업체, 렌트업체 등 7곳이나 된다. 이러다보니 범퍼 등만 살짝 긁힌 사고가 나도 교체를 요구하고, 수리 방법과 비용산출에 필요한 기준이 미흡해 수리업체에 따라 수리비가 제각각이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박사가 주제발표를 맡고 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은경 교수, 김영훈 비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등이 참석한 토론회에서는 경미사고의 수리 기준 마련을위한 보험표준약관 개정안과 자배 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약관 개정의 경우, 수리비의 개념을 사고 직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실제 수리비용 으로 규정하고 보험회사가 필요타당하다고 인정한 비용을 한도로 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소개됐다.
독일 등 외국의 경우 손해사정사의 판정대로 수리비가 책정되고 보험사가 이를 지급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험회사가 합리적 수리비를 제시해도 교체 를 원하는 피해자가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민원제기로 대응하는 탓에 보험회사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응하는 일이 다반사다.
자배법을 개정하는 경우에는 현재 정비업체가 피해자에게 정비비, 부품비 등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안이 제시됐다. 정비업자의 보험금 청구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또 국토교통부장관이 자동차보험 정비수가 기준을 고시토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진료수가와 같은 방식으
로 기준을 공표하고 작업시간도 고시하는 한편, 정비업계, 보험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분쟁기구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경미사고 수리기준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4월 초에 연구용
역을 발주해 놓은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미사고 수리기준을 법제화해 구속력을 가져야 판금 도장만
으로 수리 가능한 사고가 불필요한 부품교체 요구로 번지지 않을 것 이라면서 자동차관리법 등에 경미사
고 수리기준을 넣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외제차 사고 때 대차 기준 바꿔야 = 고가 외제차가 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된 렌트비 제도도 반드시 바뀌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표준약관은 차대차 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동종차종을 기준으로 렌트를 하도록 하고, 대차를 하지 않으면 렌트비의 30%를 추정대차료로 지급받게 돼 있다. 이러다보니 외제차와 사고가 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과실비율이 같더라도 외제차의 수리비, 대차료가 워낙 높아 저가차 운전자에게 불공평한 보험처리가 이뤄진다는 원성이 상당하다.
이에 따라, 렌트의 기준을 동일 배기량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외제차 사고가 날 경우 같은 배기량의 국산차량으로 대차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교통비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김은경 교수는 독일은 대차에 분손, 전손, 예외적 상황의 3가지 기준을 두고 있다 면서 손해조사를 통해 분손은 1~3일, 전손은 3~7일, 예외적인 경우 10일이란 기준으로 판정하고 가격비교를 통해 대차료를 일상적인 금액 범위 안에서 보
상토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추정수리비제도, 모럴 해저드 부추겨 = 수리비와 관련해 추정수리비제도는 폐지 대상으로 지목됐다. 추
정수리비는 피해차량 차주가 수리를 하지 않는 대신, 수리비로 추정되는 비용을 렌트비를 포함해 보험회사로 부터 지급받는 제도다. 김영훈 실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수리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험금을 받는 제도를 이용해 고액의 수리비를 요구하고, 동일 차종으로 렌트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기는 등 모럴 해저드가 다발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사고를 당한 차량이 수리없이 위험한 상태로 운행돼 교통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승도 박사는 가지차량 손해의 경우 추정수리비를 폐지하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자동차관리법에 사
전 견적서 발급처를 분명히 밝히도록 해 카센터나 퀵샵의 견적서 발급을 금지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막는 수리·렌트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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