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도 반대하는 강사법 | ② 처우개선 논의만 6년

1인당 강의시간 줄고, 계약기간 짧아져

2017-01-26 09:58:14 게재

평균연봉, 최저생계비에도 부족 … 건강보험 위해 패스트푸드점 알바도

"나는 서른셋, 출신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4학점의 인문학 강의를 한다. 내가 강의하는 학교의 강사료는 시간당 5만원이다. 세금을 떼면 한 달에 70만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온다. 그나마도 방학엔 강의가 없다. 그러면 70만원 곱하기 여덟 달, 560만원이 내 연봉이다. 학자금 대출에서 한 달에 20만원 정도를 떼어 가고, 이런저런 대출금 상환과 공과금을 더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10만원이 고작이다."<'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중>

2015년 말 한 지방대 시간강사가 필명으로 강사들의 삶을 그대로 기록한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출간해 화제가 됐다. 대학가에서 책의 내용이 저자 개인 경험이 아니라 시간강사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열악한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시간강사들이 지난해 6월 정부 세종청사에서 퇴직금 당연지급과 직장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제공


이런 가운데 2010년 조선대 강사 서 모씨 자살 사건으로 시작된 시간강사 처우개선 논의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안에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열정페이' 수준 =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처우개선 논의가 시작되기 전인 2009년에 비해 2015년 시간강사들의 근로여건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주당 3시간 미만을 강의하는 시간강사 비율은 전체의 15%에서 16.5%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9시간 이상 강의하는 비율은 7%에서 6.1%로 줄었다.

또 6개월 이내 계약으로 강의하는 강사는 94.9%에서 99%로 늘어난데 반해 1년 이상 계약을 한 강사 비율은 3.7%에서 0.1%로 거의 소멸했다. 이 기간 동안 전임교원은 26.4% 증가한데 반해 전업 시간강사 숫자는 7.7%만 줄었다. 강사 1인당 수업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의 실질 근로여건이 나빠진 것이다.

특히 전임교원이 증가한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 전업 시간강사도 함께 증가했다. 전임교원 확대만으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간강사의 강사료는 올라갔고 전임강사 연봉 대비 비중도 높아졌다. 하지만 사회통합위원회가 2013년도에 전임강사 연봉의 절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한 시간당 8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조교수 연봉의 1/4을 밑돌고 있다.

시간당 강사료 5만5000원 = 강사료 부문은 2006년에도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 등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기준 시간강사 평균 강의료는 전년과 같은 5만5000원이다.

전체 시간강사 7만1582명 중 64.3%(4만6054명)가 주당 3~6시간의 강의를 했다. 이들의 평균연봉은 742만5000원이다.

시간강사 중 16.3%(1만1672명)은 3시간 미만 강의를 맡아 한해 동안 247만5000원의 소득을 올렸다.

주당 7~9시간 강의하는 시간강사(12.8%, 9166명)의 경우 1400만원을, 9시간 초과 강의를 맡은 강사(6.6%, 4690명)는 평균 1732만원의 연봉으로 받았다. 즉, 전체 시간강사의 평균연봉은 811만6000원이며 월평균급여는 67만6400원이다.

2016년 현재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는 월 175만6547원이다. 국내 7만명이 넘는 시간강사들의 월 평균 강의료 소득은 최저생계비의 38.5% 수준에 불과했다.

퇴직금·건강보험 사각지대 =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강의료를 받고 있는 시간강사들은 각종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짧다보니 퇴직금은 상상도 못하고, 교원 신분이 아니다 보니 공무원이나 사학연금 대상도 아니다. 알바생에게도 주어지는 건강보험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시간강사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되려면 주당 15시간 이상 강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강사가 주당 3~4시간 강의를 맡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는 지방대의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씨는 "직장 건강보험이 가입되지 않는 시간강사에게 건강보험료는 상당히 부담이 된다"며 "시간강사의 연봉은 3학점 강의를 2학기 동안 할 경우 세금을 제외하면 600만원 정도 되는데 월 10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패스트푸드점 60시간 이상 알바를 통해 직장건강보험, 퇴직금, 산재보험 등을 제공받았다. 그가 근무한 패스트푸드점에선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하더라도 향후 2년간의 건강보험료를 보장해 주었다.

국제규범 지켜라 = 이런 가운데 교육당국과 대학들이 최소한 국제규범이라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997년 유네스코는 제29차 정기총회에서 '고등교육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를 채택했다. 유네스코는 권고에서 학문연구와 관련 업무를 효율적으로 증진하기 위해 국가가 제도적으로 고등교육 교원의 근무조건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EU집행위원회는 2005년 3월 '유럽연구자헌장'과 '연구자채용규범'을 채택했다. 유럽연구자헌장은 연구자의 연구활동·가족부양·자녀양육을 고려해 균형있는 근로조건과 안정된 고용이 제공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입법을 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은 연구자의 전문성을 증진하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할 권리를 보호해야 하도록 했다.

국회 임법조사처는 "유네스코의 대학 교원의 지위 보장 권고와 EU의 연구자 권리 헌장은 대학과 전문연구기관에 종사하는 다양한 연구자들의 지위와 처우에 대한 국제 규범"이라면서 "한국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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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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