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터' 국민의당, 아슬아슬 줄타기
김이수 표결, 자유투표로 민주·한국당 양쪽서 공격
국민의당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2당인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캐스팅포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40석을 갖고 있는 국민의당의 의견에 따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부터 임명동의안 처리까지 좌지우지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자칫 결과에 따라서는 책임과 비난을 동시에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민의당은 "인사청문회의 경우 원칙을 먼저 정해놓고 이에 맞춰 입장을 정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면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적격 판단도 실제 전문적 능력을 중심으로 봤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더 높은 도덕성', '변화와 혁신의 능력', '국민통합' 그리고 '국정공백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원칙을 더한 '3+1'의 인사청문 관련 기준을 제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인사가 도덕적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본다면 이미 인사청문 관련 국회의 갈등은 막아졌을 것이고 내각 출범도 순조롭게 됐을 것"이라며 "'3+1'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변화, 국민의 열망을 새기면서 당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299석 중 120석(40.1%)을 갖고 있고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7석(35.8%)을 확보해놓고 있다. 국민의당은 40석(13.4%)으로 어느 한쪽을 지지하면 그쪽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당이 '적격'으로 전환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저력을 보여줬다. 김상조 후보자와 강경화 후보자에 대한 판단도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통과는 아슬아슬해졌다. 국민의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엔 동의하면서도 본회의 표결과 관련해서는 당론으로 정하지 않기로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20석, 6.7%)에서 '부적격'의견을 갖고 있어 국민의당에서 상당수가 지원해줘야 통과될 수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이나 탄핵 같은 경우엔 당론을 채택하겠지만 다른 인사나 정책같은 안건에 대해서는 자유투표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며 "청문보고서는 채택하되 실제 본회의 표결은 각 의원들의 재량대로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캐스팅보터' 역할은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책임 떠넘기기식 공격을 받고 있다.
정 권한대행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여당의 2중대 역할을 빨리 끝내고 여야를 넘나드는 모호성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며 "(청와대가)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을 두고 국민의당과 '쇼(show)통'하는 것은 대단히 불통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이 청문회 진행에 대해 몽니를 부린다"면서 "제대로 된 협치의 정신을 살려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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