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강경해지는 한국당

2017-06-09 11:12:26 게재

대통령 오찬제안에 "불참"

내달 '강성 지도부' 유력

9년여만에 야당으로 신분이 바뀐 자유한국당이 '강한 야당'으로 빠르게 정체성을 굳히는 모습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내달 전당대회에서는 '강성 지도부'가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강 대 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정국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선 이후 한국당 내에서는 강성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고위공직자 후보자 3명(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이다. 사드와 검찰인사, 추경에 대해서도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원장 오찬에 대해 "독선과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고집하는 한 일방통행식 국정에 들러리 서기 어렵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강경파들은 한국당이 '강한 야당'으로 하루빨리 변모해야 대선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 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연장선상에서 내달 3일 전당대회도 강경파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모습이다. 전대 출마가 유력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정권(문재인정권)은 그들이 주장했던 대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비정상적인 정권이다. 비정상적인 정권이 정상적으로 국정운영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역시 오래가지 못하는 정권이 될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해왔다. 영남권 초선의원은 "대여투쟁을 적극적으로 이끌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초재선을 중심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홍 전 지사가 그런 측면에서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에 강성 지도부가 들어서면 정국경색은 장기화될 수 있다. 여권이 여론의 높은 지지를 앞세워 한국당을 압박하지만, 한국당은 고정지지층을 등에 업고 버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급한 건 여권이 될 수밖에 없다. 여권은 아직 18개 부처 가운데 6개 부처 장관만 지명한 상태다. 나머지 12개 부처장관은 지명도 못했다. '강성 지도부'가 지휘하는 한국당을 상대로 장관 12명 인사안을 통과시키는 건 극히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여권은 추경과 각종 개혁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 역시 한국당이 발목 잡는다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렵다. 여권이 한국당을 설득할 묘책을 찾지 못한다면 정국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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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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