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협치, 정책 따로 인사 따로
청 "인사는 대통령 권한" 강경모드
야당 "강행하면 협력 기대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하는 협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책이나 예산 분야에 대해서는 협치의 모양을 갖출 수 있지만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인사권 행사'엔 야당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편의적 협치'로 규정하면서 야당에서 반대하는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정운영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9일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해서 밝혀내지 못한 것을 이유로 낙마를 주장하는 데 그런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권한에 속하는 인사 같은 평균적인 문제를 가지고 협치를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최선을 다해 인사추천을 했고 이를 검토해달라고 했으니 동의해주는 게 야당의 협조"라면서 "오랫동안 국정공백을 비워놨고 이를 빨리 메우고 도와주는 게 협치"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인사 같은 대통령 권한에 대해서는 야당의 요구에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추경이나 법안 같은 정책적인 부분은 논의하고 양보하거나 수용할 수 있지만 인사는 다른 얘기"라고 덧붙였다.
◆강경한 야당 =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상조 후보자,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할 경우 보이콧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국민의당 역시 청와대의 임명강행에 부정적이다. 국민의당은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확정지었다. 부적격의견을 담은 청문경과보고서가 아니라면 채택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야당에서 반대하는 후보자를 임명하면 국회에서 정부에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협치 구도를 파기하는 건 청와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만 옳다는 논리와 시각에서 국정운영을 하면 국회는 협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경모드에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뿐만 아니라 주요 정책의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국민의당 마저 '강대강'으로 대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남은 10여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추경안, 정부조직법 등을 놓고 여야간, 청와대와 야당간 첨예한 마찰이 예상된다.
◆"야당을 설득하라" = 연정을 통해 협치를 실험해오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인사와 정책, 예산이 따로 있지 않고 인사를 빼고 정책과 예산에서만 협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원하는 것만 하는 것은 협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치는 관념적 단어로 '연정'을 해야 협치를 제도나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권력을 나누는 것이 협치"라고 강조했다. "인사, 정책, 예산을 나눠야한다. '그냥 잘 도와줘요' 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와 관련한 인사청문회를 인사와 관련한 '협치 사례'로 들었다. 남 지사는 인사청문회를 도입했고 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해 다수당인 야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린 보고서를 확정했다. 남 지사는 후보자와 관련해 과장된 부분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쳐 의회를 찾아 설명하고는 재고해달라고 요청해놨다.
남 지사는 "임명권은 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임명을 강행해도 된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악영향을 받게 돼 최대한 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 3당이 반대하는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기 보다는 국회 의원실을 찾아 대통령이 설득하는 게 협치"라며 "임명을 강행할지 여부는 의지를 갖고 설득을 충분히 해 본 이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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