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와 사회적 기업가
사회적 기업가, 빈곤 기후변화 등 사회문제 해결의 핵심
“사회혁신의 선구자” … 방글라데시 유누스 네트워크, 소매금융 스포츠 에너지 교육·의료 등에서 세계적으로 확장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원장 정승국)은 22일 오후에 경기 시흥시 서울대 시흥캠퍼스 컨벤션센터에서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 사회적 기업가-자원보유자 간 협업을 통해 콜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다’를 주제로 ‘제13차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을 열었다. 콜렉티브 임팩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기조연설에서는 주요 사회문제를 조망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사회적기업가의 정신과 사회적기업의 역할 및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진 첫번째 세션에서는 ‘사회문제 유형별 소셜 비즈니스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스테판 디커호프 뷔르트조르흐 아시아 창립자 및 대표가 네덜란드 간호서비스 모델인 ‘뷔르트조르흐’를 소개했다. 2006년 설립한 뷔르트조르흐는 전문성을 갖춘 3~4명의 간호사가 팀을 이뤄 환자의 집을 방문해 질 높은 간호·돌봄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간호사 1만명이 지역사회 의사와 협력해 활동 중이다.
두번째 발제자로 에미 키요타 이바쇼 창립자는 ‘고령자 임파워먼트(권한 부여)를 통한 지역사회 회복탄력성 증대’를 주제로 발표했다. 2022년 일본에서 창립한 이바쇼는 ‘자신이 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으로 고령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 서로 돕는 공동체 공간을 창출하는 프로젝트 진행한다.
두번째 세션은 ‘자원보유자 간 협업, 콜렉티브 임팩트 창출’을 주제로 패트릭 브리오 록펠러 필란트로피 어드바이져스 임팩트 투자 부문 본부장과 만니샤 챠다 JP모건체이스 아시아 태평양지역 글로벌 필란트로피 총괄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국제포럼 자료집을 토대로 세계적인 사회적기업의 최신 트렌드 및 우수 사례를 살펴본다.
기조연설에서 라미야 모르셰드 방글라데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수석코디네이터는 세번째 기조연설에서 ‘소셜비즈니스와 혁신’을 주제로 “가장 의미 있는 형태의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사회혁신의 주요 키플레이어(핵심)로서 사회적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회적 혁신은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고 커뮤니티에 힘을 실어주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솔루션(해법)을 만들고 더 포용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 구조 사고방식을 재구상하는 것으로 사회적 기업가는 이러한 혁신의 선구자라는 것이다.
모르셰드 수석코디네이터는 “사회적 기업가는 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교육·의료 접근성 등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 분야에 뛰어들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긴급성과 창의성, 그리고 변화가 가능하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행동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소액금융 모델, 수백만명의 삶 변화시켜 = 모르셰드 수석코디네이터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혁신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를 공유했다. 2005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의 설립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현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반인 모하마드 유누스 박사다.
유누스 박사의 그라민은행의 소액금융 모델은 수백만명의 삶을 변화시켰다. 빈곤층이 사업을 시작하고 재정적 자립을 이루며 빈곤의 고리를 끊는 데 필요한 금융도구를 제공했다.
모르셰드 수석코디네이터는 “소액금융은 혁신적인 사고가 어떻게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면서 “필요에 의해 탄생한 소액금융 모델은 전세계 100여개국 이상에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누스 네트워크를 통해 등장한 수많은 새로운 사회적 기업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누스 네트워크, 스포츠 에너지 교육·의료 등으로 확장 = 그는 스포츠와 소셜 비즈니스의 힘을 활용해 빈곤 실업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유누스 스포츠허브도 소개했다. 운동선수를 위한 최초의 글로벌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운동선수 빈곤과 실업문제를 해결했다. 유누스는 청소년들에게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스포츠 인프라의 첫번째 버전을 만들었다.
그 예로 한국의 (사)유누스코리아를 들었다. 유누스코리아는 스포츠와 관련된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의 소셜 비즈니스 네트워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으로 설립된 유누스코리아는 젊은이와 선수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기술 지식 플랫폼을 제공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모르셰드 수석코디네이터는 “전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유누스 네트워크의 수많은 사회적 기업가 중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농촌 소액금융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솔루션, 교육에서 의료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기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영향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조직화·성장하고 미래로 진화하는 네트워크 구축 = 수쉬미타 고쉬 아쇼카글로벌위원회 위원은 ‘체인지메이킹(변화만들기) 네트워크 구축 전략’을 주제로 사회적 기업가의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아쇼카(대표 빌 드레이튼)은 1980년 미국에서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아쇼카펠로우’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에게 재정적 지원,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 멘토링 제공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한다. 현재 96개국에서 4000여명이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돼 활동 중이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등 미래세대 및 혁신가 대상 ‘체인지메이커스(변화를 만드는 사람) 교육’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로서 성장을 지원한다.
아쇼카 회장을 역임한 고쉬 위원은 “사회적 기업가 조직은 모든 조직에서 모두를 위해 시간을 초월한 실행을 조율하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네트워크가 스스로 조직화하고 성장하며 미래에도 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쉬 위원은 체인지메이킹을 위한 원칙으로 △생태계 조율 △가치의 내재화 △체인지메이킹의 민주화 △참여에서 이행으로의 경로 만들기 △네트워크 데이터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인구문제 본질은 ‘심각해진 도시집중’ =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기조연설로 ‘로컬리즘에서 읽는 사회적 경제-박제된 질서와 벌어진 균열’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 교수는 “대한민국은 과거 질서와 현재 상황 사이의 미스매칭(부조화)이 출산 감소와 지역사회에서 인구유출을 야기하는 한국적 원인”이라며 “인구문제에 있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저출산 및 고령화는 인구문제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문제의 본질은 ‘심각해진 사회이동’으로 과도한 도시집중과 지방소멸이 행복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직업과 주거의 일치가 전제될 때 출산 증가는 시작될 것이고 지방권역의 순환경제가 인구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글로벌화에 따른 승자독식 방식에서 로컬복원을 향한 사회적 경제형의 실험 확대가 새로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