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성 법무장관 후보자 새로 지명
검사출신 ‘팸 본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 … ‘성비위’ 논란 게이츠 전격 사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낙마한 게이츠를 대신할 인물로 2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한 본디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본디 지명자가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마약류 밀거래를 단속하고, 펜타닐 과용에 따른 사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녀는 강력범죄에 매우 터프하고, 플로리다의 가족들을 위해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3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측근 게이츠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 (법무장관)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게 분명하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나는 법무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 트럼프의 법무부는 취임 첫날부터 자리잡고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게이츠의 사퇴가 트럼프 당선인의 종용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CNN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오늘 오전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해당 통화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게이츠는 의원 시절 해당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며,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직후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그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의 대가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며 자격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게이츠 전 의원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연방 상원의원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의회를 찾아 법무부 장관 인준 권한을 지닌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난 19일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해 법무장관 인선 강행 의지를 보였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에게 전화를 해 ‘상원 인준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 것은 미 언론들의 그간 보도대로 공화당 내에서 게이츠의 인준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는 현실을 인정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9회 미 의회 상원의 의석 분포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이 불가능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수잰 콜린스(메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존 커티스(유타) 등 최소 4명이 게이츠의 인선에 완강히 반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의 사퇴 발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난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게이츠의 사퇴로 트럼프 당선인의 속전속결식 파격 인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성 비위 혐의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미 NBC뉴스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성폭행 의혹으로 논란을 겪고 있고, 케네디 주니어는 지난 여름 가족 보모를 성추행한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헤그세스의 경우 하루 전 2017년 성폭력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 자료가 공개돼 자격논란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현재로선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의 인준 통과가 문제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헤그세스가 이날 JD 밴스 부통령 후보자와 의회를 방문해 로저 워커(미시시피), 마크웨인 멀린(오클라호마) 등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을 만났는데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워커 의원은 헤그세스가 “인준 과정에서 꽤 좋은 상황”에 있다고 했고 멀린 의원은 헤그세스가 “모든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