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질환 연구개발
소아 인구 줄지만 복합만성질환자는 증가
질환 제때 관리안하면 평생 악영향 … 소아대상 임상·의약품 부족 “공적 투자 필요”
18세 미만인 소아가 질환을 앓을 경우 성장하면서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방과 치료가 제때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고통과 부담이 생기게 된다. 소아를 위한 의료자원이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소아는 치료할 때 소아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약품은 성인을 기준으로 허가를 받기 때문에 소아대상 의약품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소아대상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수적이지만 소아임상에 대한 위험과 부정적 시각으로 인한 환자 모집의 어려움이 있고 장기간 소요되는 등 임상시험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제약사는 소아 의약품 시장규모가 작고 경제적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소아대상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소아의약품 관련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고 소아질환 분야 연구개발 개선방안을 찾아본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등으로 인해 소아의료 수요가 감소하고 의료인력과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등 소아의료자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소아의료분야는 필수의료 중 하나로 중요시된다.
특히 소아청소년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복합만성질환자 수는 되레 증가하는 등 질환의 중증도는 높아지고 있어 소아질환에 대한 공적 투자 필요성이 높아진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5년 1.24에서 2022년 0.78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세 미만 인구수는 2010년 1185만명에서 2022년 824만명까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복합만성질환자 수는 2011년 24만5000명에서 2021년 45만1000명으로 늘어났다.
성선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증진R&D기획팀장 등은 “성인에는 존재하지 않는 소아의 특이질환이 있고 성인과 공통된 질환이라도 발병 원인, 연구대상, 개입 범위, 치료방식 등 차이로 성인 연구결과를 소아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소아질환에 대한 별개 연구개발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아대상 의약품 부족으로 허가범위 외 처방 잦아 = 성 팀장 등에 따르면 성인에 비해 소아의 질병부담 비용이 매우 낮다. 초저출생 심화로 소아인구가 계속 줄어듦에 따라 의료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소아의료는 의료영역에서 소외된 분야다. 정부에서도 응급 및 분만·소아 등 적정공급이 어려운 분야로 간주해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23년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과 2023년 10월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일부 내용을 담았다.
소외된 소아의료에서 만성중증질환과 응급상황에 효과적이고 최적의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소아대상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이 부족해 소아중환자실 대부분 '허가범위 외 처방'을 하고 있어 부작용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소아청소년 대상 필수의약품으로 분류된 약마저 일부는 1년 이상 품절이 지속되는 등 경우가 잦다. 이러한 의약품 공급문제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약대 가천대약대 서울대의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국제논문에 의하면 분석대상 기간 소아중환자실 24시간 입원 치료를 받은 아이 502명 중 99.6%인 500명의 아이가 1회 이상 허가외처방을 받았다. 의약품 부작용을 겪은 27명의 원인처방 47건에 대한 분석결과 61.7%에서 허가외처방과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되기도 했다.
◆소아임상시험 지원 및 의무화 필요 = 소아의약품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받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제약사는 경제적 이윤이 보장되지 않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소아의약품 개발과 소아 임상시험의 어려움 그리고 허가외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소아의약품을 개발할 경우 인센티브, 소아임상시험 의무화 등 소아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시행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기구(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서는 소아의약품 연구개발 촉진과 소아의약품 확대를 위해 법령제도를 마련했다. 소아의약품 개발을 의무화하고 대신 독점권 약가 등 인센티브 등을 명시해 제약사의 의약품 개발을 적극 독려했다.
미국 FDA는 의약품의 소아대상 연구수행에 대한 6개월 시장 독점권 또는 특허권 보호 적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신약 개발시 소아환자를 포함한 임상시험을 더욱 확대해 소아대상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 평가를 강화했다.
유럽은 EMA 소아의약품 규정을 시행해 성인용 의약품 개발할 때 소아에 대한 개발이 의무화했다.
일본은 성인대상 의약품을 개발할 때 소아용의약품 개발 계획을 준비해 PMDA에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내는 소아대상 임상시험 수행 및 의약품 개발을 의무화한 법이나 제도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아의약품 개발 촉진을 위한 안내서(2013년 12월, 2015년 10월, 2018년 11월)와 가이드라인(2022년 10월)이 발표됐을 뿐이다.
◆국내 소아의약품 개발 안내만 = 성 팀장 등은 “소아는 성인의 축소 형태가 아닌 성인과 다른 분야라는 인식이 중요하며 소아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을 통해 소아대상 임상시험 활성화와 소아대상 의약품·의료기기 사용의 임상적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아는 성장과 발달이 이뤄지는 시기이다. 연령에 따라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을 포함해 체내에서 약물의 변화가 크다. 의약품의 활성 물질과 첨가제에 노출되는 여러 장기와 관련 효소의 성장속도가 다양하고 그 수치가 성인과 다르다. 대부분 의약품은 성인대상으로 개발되어 소아사용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정보가 부족한 문제가 있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소아용 의약품은 반드시 소아임상시험을 수행해 효능 효과 용법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을 기재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소아질환연구분야에서는 소아질환의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조기개입을 통해 성인만성질환으로 이환 및 합병증 유발을 감소시켜야 한다. 중증질환 치료와 질병 악화 등을 의료기술을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허가범위 외 약물사용을 줄여 소아가 부작용으로 피해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안전한 소아치료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소아대상 적응증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과 의약품 등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소아임상 활성화를 위한 공적 투자가 필요하다. 소아대상 의약품들은 성인용 의약품과 상이한 제형 용법 용량 임상시험 방법 등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기업에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다.
◆해외 선진국은 소아의약품 네트워크 강화 = 미국 국립아동보건 및 연간발달연구소(NICHD) 유럽 EMA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에서는 소아의약품의 연구개발 촉진과 효율적인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소아임상시험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소아임상네트워크(PTN)으로 통해 소아대상으로 약물의 △제형 △용량 △효능 △안전성을 연구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소아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환경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은 소아연구네트워크(Enpr-EMA)를 통해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임상시험 관련 문제에 대한 윤리위원회를 지원하고 승인된 의약품의 가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촉진한다.
일본은 AMED의 임상시험추진연구사업 일환으로 소아영역의 신약개발과 임상시험 촉진을 위한 ‘소아의약품임상시험 네트워크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아임상시험 지원사업과 소아임상 네트워크가 없다.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을 보면 소아임상시험은 매우 저조하다. 소아대상 임상시험은 전체 1721건 대비 39건(2.2%)에 불과하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소아는 성인의 축소 형태가 아닌 성인과 다른 분야라는 인식이 중요하며 소아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을 통해 임상시험 활성화와 소아대상 의약품·의료기기 사용의 임상적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