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선 손사래 쳤지만…주자 몸 풀고, 재집권 각본 쏟아져
권영세 “대선 생각할 때 아냐” … 주자들 벌써 ‘신경전’
고전 불가피하지만 ‘반 이재명’ 구도 만들면 “해 볼 만”
중도 확장-보수 결집-세대 포위론, 재집권 전략 엇갈려
내란·탄핵 사태로 인해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이 내년 초중반에 실시될 가능성이 있는 조기 대선에 대해 “언급할 때가 아니다”며 손사래 치지만 차기주자들은 이미 몸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각양각색의 재집권 각본도 물밑에서 쏟아지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지명자는 지난 24일 조기 대선과 관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탄핵이 인용도 안 된 시점에 조기 대선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다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어차피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으로 대구 혁신 100플러스1을 압축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올려 사실상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친한(한동훈) 인사들과 유승민 전 의원이 홍 시장의 탄핵 반대 입장을 비판하자, 홍 시장은 25일 “한 모와 유 모는 둘 다 자기 주군의 탄핵을 초래한 배신자일 뿐”이라고 반격했다. 대선주자들 사이에 이미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내란·탄핵정국 속에서 실시될 조기 대선이 거센 정권심판론으로 인해 고전이 예상되지만, 구도를 어떻게 짜는가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여당의 재집권은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갤럽(17~19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주자 조사에서 이재명 37%, 한동훈 5%, 홍준표 5%, 조 국 3%, 오세훈 2%, 김문수 2%, 이준석 2%, 유승민 2%, 안철수 1% 등으로 나타났다. 여권 주자들의 지지세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것. 여권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된 직후에 실시되는 대선이기 때문에 2017년처럼 정권심판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2022년 대선을 ‘문재인 대 반 문재인’ 구도로 만들어 이겼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재명 대 반 이재명’ 구도로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토세력을 결집시키면 정권심판론을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후보 전략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대표적인 재집권 각본으로는 △중도 확장론 △보수 결집론 △세대 포위론이 거론된다.
중도 확장론은 찬탄파(탄핵 찬성파) 대선주자를 내세워 탄핵 찬성 비율이 높은 중도층 표심을 공략해야 한다는 게 각본의 골자다. 재집권이 절실한 보수층은 찬탄파 대선주자이지만, 부득불 지지를 보낼 것으로 계산한다. 당내 다수의원과 달리 탄핵에 찬성한 대선주자로는 한동훈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이 꼽힌다.
보수 결집론은 반탄파(탄핵 반대파) 후보를 통해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반탄파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꼽힌다.
2022년 대선에서 등장했던 세대 포위론도 회자된다. 세대 포위론은 20·30대 남성과 여당 핵심지지층인 60대 이상을 묶어 야당 지지층인 40·50대를 포위한다는 전략이다. 60대 이상에서 지지가 강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20·30대 남성의 호응을 업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세대 포위 전략을 구사한다는 각본이다. 다만 이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또는 합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불가능하다”며 부인했다.
야당은 여당의 대선 행보로 읽힐 만한 움직임을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홍 시장을 겨냥해 “내란에 동조하며 일부 극우 지지자들의 호감을 얻으려고 하냐. 스스로 괴물이 되지는 말라. 홍 시장은 대선의 허황된 꿈에서 깨어 대구 시정이나 잘 돌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