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임명권 행사 문제 없다”

2024-12-26 13:00:21 게재

헌재·입법조사처 이어 대법원도 같은 의견 … 권한대행 탄핵 요건에 적용 관심

헌법재판소와 국회 입법조사처에 이어 대법원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대법관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을 임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요건 관련 논란과도 연결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26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백혜련 의원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동의가 이뤄진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국회 인사청문을 통한 동의 절차를 거쳤다면, 그와 같은 대법관 임명은 삼권분립 등 헌법상 제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23일 답했다.

2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여는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제청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 이틀 전인 지난 12일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나, 그 임명절차에는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의 동의라는 사법부와 입법부 각각의 견제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안 의결 이전에 대법원장 제청, 대통령 제청 수용 및 대통령의 인사청문 요청이 완료된 후 국회의 인사청문 동의 절차를 거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임명절차가 지연돼 대법관 임기 종료에 따른 공백이 발생한다면 대법원의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그로 인해 국민들이 장기간 법적 분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임명도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인 지난 6일 조한창·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추천을 완료했다. 이어 국회는 23일과 24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26일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앞서 헌재 역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헌재 재판관이 공석이 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질의에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인 권한에 불과하므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현재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 중인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민의힘 추천자인 조한창 후보자는 지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다면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요 법리 해석기관들이 연이어 임명권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그동안 ‘여야 합의’를 앞세워 결정을 피해 온 한 대행을 향한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따져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26일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국회 선출 절차를 마무리한 후, 한 대행의 임명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을 거부할 경우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해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여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탄핵 요건에도 대법원의 논리를 적용할 수 있어 관심을 끈다. 한 권한대행이 총리시절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12.3 비상계엄 사태 책임 관련)가 발생했다면 탄핵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인 151명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다만, 권한대행 직무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해 탄핵안이 제출될 경우 탄핵안에 대한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는 151명이라는 의견과 200명이라는 의견이 학계에서 나뉜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도 23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동일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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