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기대 부푼 증권가│① 남북경협주 들썩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코리아디스카운트 완화 '기대감'

2018-04-23 11:13:24 게재

대규모 북한 투자 결정 기대로 건설주, 개성공단 입주 업체 등 주가 급등

"남북경협주 상승 장기간 지속될 듯" vs "주가 선반영, 단기호재 그칠 것"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증시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를 벗어던지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방침까지 밝히면서 국내 증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남북경협주의 상승 추세는 이제 초입에 들어선 것에 불과하다며 향후 상승추세는 더욱 가파르고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긴장 완화 이슈가 단기 호재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남북경협주 주가 상승은 이미 선반영됐다는 지적과 국내 증시의 저평가 원인은 지정학적 이슈뿐만 아니라 낮은 배당성향,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등도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북경협주 상승세 이어져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와 건설주가 연일 치솟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종전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과 북한이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자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3일 오전 9시 27분 현재 현대건설우, 삼부토건, 일성건설 등 건설주가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현대건설이 5.95% 오른 것을 비롯해 남광토건 12.76%, 금호산업 3.39%, 금호산업 4.24%, 일신석재 23.85%, 고려시멘트 23.95%, 한국종합기술 19.15% 각각 상승하며 관련주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나 대북 송전 관련 업체 등 이른바 남북경협주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외국인 매도세로 하향세를 보이는 것과 다른 모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은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초까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고 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다"며 "이에 금융시장도 민첩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지난해 대북 리스크가 강화되며 확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올해 들어 소폭이지만 축소되고 있고 국가 부도위험을 알려주는 지표인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최근 하락하는 추세"라며 "환율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환율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증시 재평가 감안 투자전략 = 하나금융투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자금 재유입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할인율은 최소 대만 정도까지도 낮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배당성향·이익증가율로 추정한 할인율은 14.4%"이라며 "아시아 지역 국가인 일본과 대만의 경우 각각 6.5%, 11.2%인데 이론상 전쟁 위험이 축소되면 국내 증시 할인율은 0.3%p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국내 배당성향 (21%)과 EPS증가율(12%)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할인율이 0.3%p 낮아지면 MSCI 12개월 예상PER은 8.7배에서 9.9배, 1%p 낮아지면 14.9배로 높아진다.

이 연구원은 "올해 외국인의 매도 금액이 크고, 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진 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미국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무형자산 보다는 이익과 같은 유형자산의 가치를 재평가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이익추정치가 상향 조정돼야 유형자산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으며 반도체, 전자제품, 건설 및 건자재, 증권, 해운 업종이 기준을 충족하는 업종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의 개방 및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가져올 변화를 예상하며 북한의 산업 성장단계에 해당하는 국내 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북한은 일반도로 남한 대비 24%, 고속도로 17% 수준으로 사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특히 항만 시설이나 발전전력량 및 발전설 비용량은 남한 대비 4~8%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항만이나 발전시설에 대한 투자 및 확충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북한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진입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도 위에 언급한 섹터를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목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북한 투자 결정 기대" =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 협정 및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등 북한관련 지정학적 위험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며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고 기대했다. 경제협력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대북관련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은 국내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선언 등에 이르게 될 경우 북한의 투자 등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경협주의 상승 추세는 초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리서치알음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종전선언 비핵화선언 등 역사적 후속조치가 예상되고 북미 정상회담이 5~6월에 이어지면서 대북 제재 완화, 북미 수교 등의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할 것"이라며 "경협주의 주가 상승세가 과거에 비해 더욱 가파르고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남북경협주를 테마주로 치부하던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가 선 반영된 남북 경협주 '변동성 유의' = 하지만 증시 일각에서는 남북 경협주의 주가 상승은 이미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분간 남북 경협 관련주가 호조를 보일 것이 예상되지만 수혜 업종 분석은 아직 섣부르다고 판단도 나온다. 아울러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과열 양상을 보이는 종목들의 사업 현실화 가능성 등을 따져 투자해야 한다"며 "단순하게 남북경협주이기 때문에 투자하는 묻지마식 단기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투자자는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남북 경협주 및 인프라 투자 관련주에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들 종목은 기대가 선반영된 것으로 변동성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정상회담에 기대 부푼 증권가'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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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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