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10일내 정점에 도달한 뒤 점차 줄어든다는 전망에 속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대책반장 격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28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질병이 언제 절정에 달할지는 확실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1주일에서 열흘 사이(2월 4일~7일 경) 최고치를 기록하고 그 이후 대규모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내 최고 호흡기 질환 전문가로 꼽히는 중 원사는 2002~2003년 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발생했을 때 방역에 주도적 역할을 해 사스를 퇴치한 영웅으로 불렸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질병통제센터를 진두지휘했다.

중 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잠복기가 최대 14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태 확산 직후를 기준으로 잠복기가 끝나는 시점(7~10일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중 원사가)고비라고 발표했는데 사실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베이징이나 저장성, 상하이는 100여명 이상 환자가 생기는 등 유행이 커지고 있는데 1주일에서 열흘 내에 정점을 찍거나 감소할 거라는 예측의 근거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근거에서 말했는지 보다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30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누적 확진자는 7711명, 사망자는 170명이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737명, 사망자는 38명 증가했다. 특히 발병지인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 성에만 하루 만에 확진자가 1032명, 사망자는 37명이나 급증했다. 그동안 유일하게 중국 본토 내 확진자가 없던 티베트마저 확진자가 새로 나오면서 중국 전역이 사실상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유럽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4대륙에 모두 확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판데믹 상황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판데믹이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한다.

알레산드로 베스피그나니 미국 노스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팀과 로렌 가드너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과학공학센터 교수팀은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때 어느 도시 또는 공항이 위험한지 각각 계산한 결과 한국의 서울, 인천과 제주공항이 확산위험이 높은 도시와 공항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연구팀은 중국 내 실제 감염자가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보다 10배 이상 많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 전파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아직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WHO 일부 관계자가 무증상 시기에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 이게 실제라면 우리나라 방역 시스템에 틈이 생겼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과학적인 근거자료가 함께 제시되었다면 신빙성을 높일 수가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무증상 시기에 전파력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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