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체류 국민들 송환돼도 갈 곳 없네
임시생활시설 결정 지역마다 거칠게 반발
지자체·경찰까지 정부 결정에 불만 표출
우한 등 중국 후베이성 체류 국민들을 송환하는 문제가 혼선을 빚고 있다. 임시생활시설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지나치게 거세다. 중국과 협의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무엇보다 임시생활시설로 결정된 시설 주변 주민들과 지자체들이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 진천군 일부 주민들은 29일부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일부 주민들은 농성 장소를 찾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을 상대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인재개발원이 주거단지와 인접해 있다며 정부의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 역시 29일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농기계로 막은 채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후 오세현 아산시장과 이승우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이 직접 주민 설득에 나섰지만 거센 항의만 들어야 했다.
지역 정치권이 주민들의 반발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어 더 심각하다. 천안의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 후보들은 정부의 장소 번복을 "투쟁의 성과"로 자랑하고 있다. 아산과 진천 지역 정치인들은 이에 자극 받아 더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천안도 주민과 정치인 반발로 결정이 번복됐으니 아산·진천도 가능할 거고라 판단하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한 차례 결정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만큼 어느 지역도 순순히 정부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의 반발 기류에 편승하는 지자체도 있다. 김장회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시민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진천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도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 부지사는 "인재개발원이 충북혁신도시 한복판에 있으며 3만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라 임시생활시설로 부적합하다"며 재고를 요구했다.
임시생활시설 중 한 곳인 경찰 쪽 반응도 심상찮다. 경찰인재개발원이 임시생활시설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9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방에 근무하는 A경찰관은 이날 1시 12분쯤 '경찰이 호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오후 6시까지 1만3913명이 접속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고, 50여개 댓글이 달렸다. 이 경찰관은 임시생활시설을 천안에서 아산으로 바꿨고, 현장 노동자들이 준비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이번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경찰관은 "경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책임이고 숙명"이라면서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전염병으로부터 지킬 능력은 주어지질 않았고 능력도 없다"고 정부 결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경찰관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자치단체 등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경찰의) 이기주의가 결코 아니다"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 글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많았다. 한 경찰관은 "경찰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경찰"이라면서 "국민이 간절히 국가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 우리가 도와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반면 충남도는 정부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 게 도지사와 충남도의 마땅한 의무"라면서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또한 충남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양 지사는 "임시생활시설 교민은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완전 격리돼 외출과 면회가 일절 불허된다"며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공개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이 직접 주민 설득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북도도 임시생활시설 결정 번복이 불가능할 경우 정부차원의 특단 대책을 전제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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