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현대차 회동 마무리
미래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방향은 무엇
장수명·급속충전·안전성 강화 등 갖춰야 … 테슬라·CATL, 수명 100만마일 배터리 개발 중
글로벌 전기차 4위인 현대ㆍ기아차와 세계 배터리시장 상위권에 포진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만남의 결과는 양쪽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 회장을 만난 뒤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미래 전기차 개발에 함께 할 것임을 밝혔다.
현대ㆍ기아차 2021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상태다.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SK이노베이션 제품은 성능이 향상된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다.
양사가 집중하고 있는 미래 전기차 배터리가 갖춰야 하는 특성으로 고성능 급속충전 등을 꼽을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충전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인 흑연이나 실리콘을 리튬 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리튬-메탈 베터리를 개발 중이다. 에너지밀도가 높아져 주행거리가 늘고 소재 대체로 차량 경량화에 따른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1~5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탑재기준 세계 1위를 기록한 LG화학은 2022년 양산 예정인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돼 있다.
LG화학은 미래 전기차 배터리 특성으로 장수명과 고에너지밀도 안전성 등을 꼽았다.
장수명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보다 5배 이상 오래 사용해도 성능이 유지되는 배터리다. LG화학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축적된 배터리 소재 기술과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높이고 가격경쟁력도 뛰어난 리튬-황 배터리를 개발중이다. 양극재로 황탄소 복합체와 음극재로 리튬 메탈 등 경량 재료를 사용한다. 코발트 등 희귀 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전기차에 탑재할 경우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나 개발 방향은 안전성 향상이다. 배터리 내부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변경해 외부 자극이나 불가피한 파손에도 화재 등의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미래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5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장 먼저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방향을 논의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에 주목하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현대ㆍ기아차 전기차 라인업에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되지 않았다.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제조업체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터리 모양이나 스펙 등을 함께 결정한다. 또 납품 물량 확보를 원활히 하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가 합작을 하기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를 모두 67만대로 확대, 글로벌 3대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배터리업체와 협업은 필수적이다.
기아차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특성으로 △500km 이상 1회 충전 주행거리 △20분 이내 초고속 충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맞추는 배터리 개발이 관건인 셈이다.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손잡고 신형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9월 테슬라 배터리데이에 공개될 배터리 사양은 100만마일(160만km)을 달릴 수 있는 장수명 배터리로 알려져 있다. 리튬인산철을 양극재로 사용해 원가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테슬라는 이 배터리 장착으로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이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기존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출력이 낮은 점과 생산공정이 까다로워 수율이 저조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