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권거래세 폐지, 부작용 더 많다"

2020-07-08 10:51:53 게재

원천징수 기한·펀드 기본공제 추가 검토 … 7월말 최종안 발표

정부는 최근 여당 일각과 업계에서 제기된 '증권거래세 전면폐지' 주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부작용이 더 많다는 논리다. 다만 정부 금융세제 개편안 가운데 금융투자소득 정산기한을 매월 단위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식형 펀드에 기본공제를 포함하는 방안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증권거래세 폐지문제는 득보다 실이 많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어 내년 시행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다만 정산기한 이라든가 기술적인 문제는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고광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 박종상 숙명여대 교수,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본부장, 김문건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본부장, 오종문 동국대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찬반 엇갈린 공청회 = 고광효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국장)은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재부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증권거래세 전면 폐지 주장에 대해 "폐지를 하면 부작용이 많다"고 잘라말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에 과세를 전혀 할 수 없고 고빈도 매매를 억제할 수단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도 10년간 거래세와 양도세를 병행하며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낮춰갔는데 일본 케이스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보탰다. 고 국장은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면 농어촌특별세가 완전히 폐지된다"며 "농특세전체 세수 중 증권거래에서 발생하는 농특세가 전체의 50%인데 이 부분은 농특세를 안 걷으면 다른 어디선가 걷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또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세 전면폐지에 대해서는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도 의견이 엇갈렸다.

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었다. 고 국장은 "단일 세율 자체가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이며,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이 있어서 장기보유를 우대할 필요가 있지만 금융자산은 인플레이션 요소가 없어 장기보유 우대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재벌 오너 등 경영권 있는 주식의 경우 대부분 장기투자인데, 장기투자 인센티브를 추가로 주면 조세 불평등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징수기간 등에는 신축적 입장 = 다만 정부는 징수기간과 펀드 기본공제 필요 지적 등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월 단위로 징수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 정산 기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고 국장은 "금융투자소득세를 매달 원천징수하는 방안은 독일도 그렇게 하고 있고 어떻게든 납세 의무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저희가 정했다"면서도 "이 문제도 더 검토해서 최종안에는 보다 더 나은 방안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상장주식에 2000만원의 기본공제를 해주기로 한 것과 달리 주식형펀드 등에 기본공제를 해주지 않는 것이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고 국장은 "그동안 여러 루트로 건의가 있었고 오늘도 지적을 한 만큼 저희가 좀 더 이 부분은 신중히 더 검토해서 최종안을 발표할 때 내용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저축예금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고 국장은 "저희가 볼 때 직간접 투자는 차이를 두는 게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봤다. 투자 성격이 기본적으로 다르고 펀드는 저축과 큰 차이가 없으며, 취득한 자산도 직접투자는 주주가 되지만 간접투자는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과세강화 유예 가능성도 = 정부는 현행법상 내년 4월 이후부터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의 종목별 보유액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게 돼 있는 일정을 유예해야 한다는 건의에 대해서도 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고 국장은 "2021년에 예정된 대주주 범위 확대는 금융당국이나 시민단체, 경제단체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받고 있는 중으로, 이 부분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며 "여기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3년으로 설정한 이월공제 기간을 더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선 "이월공제 기간은 도입 초기이므로 해외 사례를 감안해 3년으로 했으며, 다른 주요국에 비해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포괄적인 손익통산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3년으로 정했다"면서 "이건 나중에 제도를 시행해보고 다시 재검토할 수 있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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