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혜원 호서대 교수

"청년 삶 전반에 걸친 은둔형 외톨이 대책 필요"

2021-08-06 13:09:42 게재

지역지원센터 촘촘히 구축해 조기 발굴 … 패자부활전 가능한 사회, '나'다움 찾을 수 있어야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전체 문제를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나 법 안에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들어가야지, 은둔형 외톨이 하나만 단독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은둔형 외톨이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처음에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했다가 시행착오를 겪었죠."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 문화·상담학과 교수(PIE나다운청년들 이사장)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하지만 반짝 관심 이후 방치되다가 2010년부터 민간에서 관련 지원 활동들이 하나둘씩 생겨났고 지난해부터 사회적으로 다시금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용어 정의조차 통일되지 못하는 등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혜원 호서대 교수│△PIE나다운청년들 이사장(현재) △한국여성심리학회 이사 △한국심리학회 학교폭력예방위원회 위원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 이사 △미국 보스턴 대학교 심리학 △저서 '가족, 사회, 자신을 위한 희망안내서 은둔형 외톨이'(2021년) '청소년 학교폭력: 이해·예방·개입을 위한 지침서'(2013년) 사진 이의종


김 교수는 "사회가 방치하는 동안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고립상태에 놓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는 개인이 아니라 가정-학교-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6월 30일 경기도 분당 서현동에 있는 PIE나다운청년들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이후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은 전연령대에 걸쳐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만 15세에서 30세, 특히 20대가 제일 취약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학교 등 사회 규정에 의해 억지로라도 소속되던 곳에서 벗어나면서 고립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복지 지원제도도 전무하다.

문제는 이들 삶 전체를 보는 게 아니라 '취업이 어려워?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지원해줄게' '살 집이 없어? 주거지원 제도를 마련해줄게' 식의 접근은 좌절감만 더 심어준다는 점이다. 일본도 이런 식의 단편적인 접근을 하다가 실패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해당 현상만을 해소하는 방식의 접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유사한 현상이라 해도 보다 구체적으로 집단을 구분한 뒤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니트(NEET)와 은둔형외톨이는 비슷해보여도 다르다. 니트는 어느 정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활동에도 큰 무리가 없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는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므로 심한 고립 상태인 경우가 많다. 니트는 자신의 비전을 찾아주기 위한 활동, 교육, 직업 알선 등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우선 내면을 정리하고 심리적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접근을 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만을 위한 독립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현재의 청년 정책 안에서 이들을 위한 영역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 중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만큼 전체 청년의 삶 범주 안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 마련 고민을 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에서 유독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나타나는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은 은둔형 외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교문화(가족끼리 모여 살고 고립 공간 확보) △집단주의 문화(친척 등 주위의 만족감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 △학교 집단주의(몇 살에 뭐 해야 한다 등) △초경쟁사회(고학력에 취업난) △발달한 인터넷 환경 등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좋은 조건이다.

사실 은둔형 외톨이는 서구사회에서도 있다. 다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집을 떠나 길에서 고립된 생활(홈리스·노숙)을 한다. 우리나라처럼 집단주의와 가족주의 특성이 강한 경우는 부모의슬하에 집이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로 나타나는 경향이 더 큰 것이다. (실제로 젊은 노숙자 수는 미국 160만명, 영국 25만명인 반면, 일본은 1만명 이하다.)

최근 1990년대 후반 20대 초반이던 은둔형 외톨이가 40대에도 지속되는 상황이 발견되고 있다. 청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결과지만 어른이 되기 전에 은둔 경험이 있는지 여부는 좀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른이 되기 전에는 일반적인 생활을 하다가 중장년이나 노년기에 은둔 생활을 하는 것과 달리 아동·청소년·청년기에 시작되는 은둔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좌절이나 실패를 겪는 일들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렇게 시작한 은둔 경험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좀 구분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일각에서는 부모 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결코 하나의 원인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은둔형 외톨이 중 학교폭력 피해자인 경우가 많다. 집단따돌림, 친구와 어울리지 못함 등 대인관계 문제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 앞에서 스스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게 되면 부정적 정서와 대인관계 공포증을 느끼게 되고 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응 능력까지 떨어지게 된다.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다름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은둔생활을 택하게 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100% 부모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나. '학교-가정-사회' 3가지 영역이 유기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환경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교사 대상 교육은 물론 부모 대상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사회와 벽을 쌓은 채 집에 있는 은둔형 외톨이 치료를 위해서 부모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부모 자체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처해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지원책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경우 대상자 발굴과 개입이 어렵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장기간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때문에 각 지역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손을 뻗을 수 있는 지원센터가 촘촘히 있어야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다양한 히키코모리 지원 추진 사업들을 벌이고 있는데, 그 중심은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다. 2019년 기준 일본 전국 67개 자치단체에 75개소가 운영 중이다. 히키코모리 지원 코디네이터가 관계기관과 연대해 방문지원을 하거나 내담자를 초기에 적절한 기관에 연결해 준다. 여기에 취업준비 지원상담, 자립상담 지원상담 등 유기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들이 연계돼 단계별로 히키코모리를 지원한다.

우리도 이러한 지역 지원 시스템 망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만드는 등 은둔형 외톨이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은둔형 외톨이만을 위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기관은 없다. 일부 민간기관들이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둔형 외톨이와 범죄, 중독 문제를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편견이다.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가 장기간 고립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주위의 시선이다. 일본 역시 1990년대 말 200년대 초반 은둔형 외톨이를 범죄와 연관시켜 보도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은둔형 외톨이 인식개선 사업을 벌였다.

우리는 누구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은둔생활을 하다 보니 게임중독에 쉽게 노출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서 은둔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신질환 측면 역시 마찬가지다. 은둔 생활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우울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으로 은둔 생활을 하는 경우는 다른 맥락이다. 정신의학 연구자들도 '은둔형 외톨이라는 진단명은 없다'라고 얘기한다. 청소년이나 청년이 은둔하는 것은 사회적인 현상이고 의학적으로 정의된 병리 현상으로 보기에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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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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