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망 줄이기 | 산재예방, 안전보건관리 구축이 답!

웃으며 출근한 모습 그대로 퇴근

2022-08-23 10:46:46 게재

우수사례 - 원엔지니어링

사장이 매일 사전 작업장 안전점검 … 전직원 위험요인 공유·제거 생활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은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파악·제거·대체하고 통제방안을 마련·이행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최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집'을 발간했다.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회사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확고한 안전보건 의지와 비전 그리고 인력·시설·장비 등 자원 제공도 필수요건이다.
17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를 수집해 △경영자 리더십 △근로자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 제거·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및 개선 등 7개 핵심요소별로 구분해 책자로 발간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집'에 소개된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신상병 원엔지니어링 대표가 사내 안전보건관리감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 대표가 제작한 교육자료는 90종에 달한다. 여기에 다양한 뉴스와 정부기관 발표를 모니터링해 지금도 매월 직원교육을 직접 한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160종의 동영상 자료를 확보해 활용한다. 사진 원엔지니어링 제공


"어떤 경우라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작업장 안전사고의 최종 책임은 결국 사업주의 몫입니다. 회사가 안전보건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 의무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영 측면에서 경쟁력입니다. 나 자신부터 안전보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는 안전한 직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신상병 원엔지니어링 대표.)

2015년 설립된 원엔지니어링은 경남 창원에 있는 케이조선의 장비 유지보수와 운영을 담당하는 사내 협력사로 160여명의 일터다.

신상병 원엔지니어링 대표는 요즘 안전보건 전도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조선소에서 가장 빨리 출근하는 그는 매일 새벽 4시 작업장 안전점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결과를 사회적 연결망(SNS)으로 직원들과 공유해 위험요소를 제거한 후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이런 신 대표의 지속적인 노력은 안전관리자를 비롯해 회사 구성원 모두가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즉시 공유해 사고를 예방하는 문화로 발전했다.

신 대표의 성실함은 창의적 안전예방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원엔지니어링은 5년간의 사고 유형을 분석해 조선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6대 위험재해(추락·감전·충돌·협착·화재·전도)에 대한 24개 유형별 점검 사항을 작성해 운영한다.

원엔지니어링은 지난 3년간 신 대표가 직접 작업장 안전사고 위험요인, 계절별 안전 취약 분야와 작업시 준수사항, 절차·점검사항 등 안전보건 정보를 '주간·월간 안전홍보활동'에 담아 공유한다.

또 매일 작업 전 직원들은 새해 초에 자신이 직접 작성해 놓은 '나의 안전선언서'를 낭독하면서 위험사항에 대해 한번 더 일깨워 실수를 줄인다.

◆작업반별 복수 안전관리자 '안전도 2배' = 원엔지니어링은 직원들의 안전보건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매월 혹은 분기별로 '아차사고' 사례를 발굴한 직원에게 격려금 또는 상품권을 지급한다. '아차사고' 사례란 사전에 발견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조치한 사례를 말한다.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쉬쉬하거나 은폐해 나중에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회사는 또 매월 무재해 목표 달성 격려금, 상·하반기 무재해 성과금, 중장비 안전관리 격려금도 지급한다. 지난해 회사는 각종 격려금을 포함해 6500만여원을 안전예산을 집행했다.

신 대표는 "2018년에는 약 1억원을 안전에 투자했지만 불황으로 작업이 줄어들어 2020년에는 5600만원으로 줄었다"면서 "일감이 늘어난 지난해 안전예산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원엔지니어링은 2개의 직종에 5개반으로 구성돼 있다. 각 조직에는 2명의 복수 관리감독자가 배치돼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부서마다 2명의 관리감독자를 두는 일은 흔치 않다. 이들에 대한 교육비와 수당이 중소기업으로서는 만만치 않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2명이기 때문에 휴가 등으로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게 되더라도 안전관리에 공백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만 결국 산재를 예방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은 기업 경쟁력 = 신 대표는 누구보다도 회사 설립 이후 산재사고 예방활동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현재처럼 안전예방 활동이 내실화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 조선업 장기불황에 따른 경영난이었다.

2019년 불어 닥친 경영위기에 신 대표는 오히려 회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다.

신대표는 "조선업 경기악화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럴 때 기업의 내실을 다져놓아야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업중단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신 대표가 선택한 경쟁력은 '안전'이었다. 그는 정부, 원청(케이조선)의 지원을 바탕으로 구조조정 대신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직접 강사로 나선 신 대표가 당시 제작하기 시작한 교육자료는 이제 90종에 달한다.

신 대표는 여기에 다양한 뉴스와 정부기관 발표를 모니터링해 지금도 매월 직접 직원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160종의 동영상 자료를 확보해 활용한다.

원엔지니어링은 2019년 1월에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국제표준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인 'ISO 45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 외에도 KOSHA-MS(KOSHA 18001) 등의 인증을 획득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신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해야 할 의무와 노동자가 지켜야 할 조치가 잘 명시돼있다"면서 "사업주로서 제 의무를 다하고 작업자는 법령에 따른 조치를 잘 지키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면 안전한 직장은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웃으며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퇴근하는 것'이 나의 철학이자 회사 슬로건"이라며 "문제를 찾아냈을 때 누구를 탓하기보다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안전이 품질임을 증명해내겠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우수사례 | 넥센타이어 양산공장] CEO 의지로 재해예방 시스템 구축
[우수사례 | 영창케미칼] "아낌없는 시설투자로 최선의 예방을"
영천 국제금속에서 끼임사고 사망
[사고가 말하는 산재예방 ⑧] 사고예방 만능기준 '안전규칙'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