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긴급생계비 무이자대출 시행"

2023-04-24 10:58:41 게재

'더불어사는 사람들' 최대 300만원까지

하나은행, 전세대출 첫 1년간 이자 면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구제방안 마련해야"

취약·빈곤계층의 자립지원을 위해 무이자대출을 해주는 '더불어사는 사람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상대로 긴급생계비 무이자대출을 시행하기로 했다.

전세사기피해대책위 "경매를 즉시 중단하라" |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1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주택 경매 매각기일 직권 변경 요청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24일 이창호 '더불어사는 사람들' 대표는 "전세사기들 당하고 생활고를 겪은 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발생했다"며 "당장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사는 사람들'은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안용섭)과 함께 소액이지만 가구당 30만원씩 100가구에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이후 성실 상환한 경우에는 최대 300만원까지 무이자대출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전세사기를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씨는 수도 요금 6만원을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았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이자대출은 이처럼 생활고에 겪는 분들에게 다소 숨통을 틔어주기 위한 '긴급 생계비 대출'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인천 주안역 광장에서 진행된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주관 추모제와 기자회견 현장을 찾았다. 그는 "하루아침에 단란한 보금자리가 없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더불어사는 사람들과 같은 작은 단체도 소액이지만 무이자대출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사는 사람들은 12년 동안 무이자·비대면·무보증·무담보로 신용조회 없이 대출을 해주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누적 대출건수는 5922건, 대출금은 22억6000만원이다. 상환율은 약 90%에 달한다. 대출 기금은 후원자들의 기부와 상환 자금으로 마련되고 성실 상환을 통한 '선순환 금융'을 만들어가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잇따라 전세사기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저금리의 전세자금 대출이나 주택구입자금 대출, 경매 낙찰에 따른 경락자금대출에 국한돼 있다. 하나은행은 1인당 2억원 한도로 2000억원 규모의 전세자금 대출, 1500억원 규모의 구입자금대출, 1500억원 규모의 경락자금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최초 1년간은 이자 전액을 면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과 구입자금대출, 경락자금대출 등에 각각 2300억원, 1500억원, 1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초 1년간 2%p 금리 감면을 해주기로 함에 따라 2%대 저금리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신한은행과 KB은행도 우리은행과 같은 수준의 금리 감면을 통해 전세자금대출과 구입자금대출, 경락자금대출을 하기로 했으며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KB카드는 결제대금 청구를 최대 6개월간 유예하고, 할부 및 리볼빙 수수료 미청구, 카드론 및 일반대출 채무조정(분할상환·거치기간 변경, 수수료율 및 이자율 최대 30%할인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상호금융(신협 수협 산림조합)에서도 금리를 낮춘 전세자금대출과 경락자금대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금리 감면 수준과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3%p 금리를 감면하기로 했으며 경락자금대출은 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TF'를 구성하고 금융위원회와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제반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등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TF는 총 3개팀으로 구성됐으며 총괄·대외업부팀이 유관기관 협의 및 정보공유 등 TF를 총괄한다. 경매유예 점검팀은 전 금융권의 전세 피해 관련 경매·매각 유예 현황을 확인해 대응에 나선다. 종합금융지원센터 운영팀은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과 애로상항 청취를 통해 금융권 지원상품 등을 안내한다.

금감원 종합금융지원센터에는 지난 21일 기준 38건의 전세사기 피해 상담이 이뤄졌다.

지난 20일과 21일 경매기일이 도래한 59건 중 55건은 연기됐다. 4건은 영세한 부실채권(NPL) 전문 매각 사업자들이 진행한 것으로 모두 유찰됐다. 금감원은 이들 사업자들에게 경매기일을 연기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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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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