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유권자’ 노리는 정치권
‘기후 공약 후보에 투표 의향’ 유권자층 형성
“기후대응기금 확대” “해상풍력 지원” 공약 잇따라
정치권이 기후위기 대응에 민감한 ‘기후 유권자’ 공략에 나섰다. 재난 수준의 이상기후가 잇따르자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한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정치·경제 공약에 비해 소홀하게 다뤄지곤 했던 환경 관련 공약의 중요성도 훨씬 높아지고 있다.
27일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를 2배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기후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약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라며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한 기후 공약에는 기후대응기금 규모를 현재 2조4000억원 규모에서 2027년까지 5조원으로 확대해 기후 산업에 대한 각종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출권 할당 기업 온실가스 감축 지원, 녹색금융 확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기술개발 등에 투자 예정이다.
국회에 설치되긴 했지만 입법권도 없고 활동기간도 짧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후위기특위 상설화도 약속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충남·인천 등 화력발전소 지역을 세계 최대 청정수소 생산지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국민의힘은 이주 내에 기후위기 대응 관련 2차 공약을 내놓을 계획이다.
진보 진영의 의제로 여겨졌던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주요 공약으로 내놓은 데에는 ‘기후 유권자’의 성장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기후정치바람’이 지난해 12월 전국 17개 시도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5%가 기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탄소중립 등 주요 기후 관련 용어를 알고 있는지, 기후위기로 인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민감도 등에서 특정 점수 이상을 받아 ‘기후 유권자’로 이름지어졌다. 이들 기후 유권자의 상당수는 고령층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보수정당도 더이상 기후나 환경 문제를 진보진영 이슈로만 둘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에 선수를 뺏기긴 했지만 민주당도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 문제에 대한 기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연설에서 ‘미래를 위한 정치 협업 과제’ 중 세번째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를 지목했다.
홍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들어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산업이 계속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해 많은 전문가들도 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대한민국의 기후변화 대응순위는 67개국 가운데 64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중략) 재생에너지 확대에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계획보다 재생에너지를 3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회복 △RE100 달성을 위해 관련 지원 제도와 예산 복원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위한 법률안 처리 등을 주문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