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없이 고소·고발 쌓이는 공수처
지휘부 공백에 수사속도 못내는데
검찰특활비·의대증원 고소고발 이어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속히 공수처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고소·고발 사건이 공수처에 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 특수활동비 과다지급과 오·남용 은닉에 관여했다며 업무상 배임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일신상의 위기에 처한 시점마다 특활비를 뿌리며 검사들의 지지를 규합해 국면을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 위원장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내용을 알 수 없는 특활비 영수증을 제출한 것에 대해 “오래된 것이니까 잉크가 휘발된 것”이라고 했던 발언을 문제삼으며 “검찰의 정보공개 의무 위반행위와 특정업무경비 오남용 등 범죄행위 은닉에 가담·방조한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대하며 사직한 전공의들은 1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장에게 직권남용을 해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했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젊은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에 반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는 것. 이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게 고소 이유다.
공수처에는 지난 21대 총선 직전 검찰이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도 제출된 상태다. 유시민 작가와 최강욱 전 열린민주당 대표 등은 지난 1일 “고발사주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진범을 잡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한 전 위원장, 김웅 의원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밖에도 공수처에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위법을 밝혀달라는 민주당, 조국혁신당의 고발장도 쌓여있다.
이처럼 사건이 몰리고 있지만 사건처리방향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질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의 경우 고발이 이뤄진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선 조사조차 못했다.
핵심 피의자인 이 전 대사는 17일 공수처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전 대사의 변호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피고발인은 공수처가 소환조사에 부담을 느낄까봐 호주 대사직에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는 왜 여전히 함구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느냐”고 공수처를 압박했다.
공수처가 주요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조속히 공수처장 임명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공수처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지난 1월 20일과 같은 달 28일 각각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석달 가까이 ‘대행의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월 29일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를 후보자로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미뤄왔다. 총선 이후 전면적인 내각 쇄신 등이 예상되면서 공수처장 임명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공수처 지휘부가 장기간 공석이면서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등 실체가 하루속히 밝혀져야 할 사건들에 대해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조차 못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를 즉각 지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