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입시환경, 수능 대비가 성패 가른다

2025-03-05 13:00:07 게재

고3 학생수 10% 증가에 의대정원 축소 우려 … 대입 최대 변수로 떠올라

2월 2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휴학 중인 의대생이 복학하면 의대 정원을 원점으로 돌리는 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 한해 의료계와 교육계를 흔든 의대 증원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 올해 입시를 앞둔 고3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고1은 새로운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내신·수능 체계가 크게 바뀌어 입학 전부터 불안을 호소했다. 고2는 소위 ‘끼인 세대’의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다. 입시는 늘 까다롭지만 어느 때보다 만만한 시기가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막연한 불안에 잠식되기보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할 일을 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1~3이 치를 2026~2028 3개년 대입을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돌아보고 대비법을 짚어봤다.

2025 대입은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합격선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수시전형에서의 상향 지원이 두드러졌다. 그로 인해 2024학년에 비해 전체 수시지원이 19만건이나 증가했다. 정시에서도 의대 증원 여파로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은 하락했고 타 대학 중복 합격으로 연쇄적인 추가 합격이 일어났다. 2025학년 무전공 확대 선발은 수시·정시 경쟁률의 상승을 견인했다.

이제 2026 대입이 본격화됐다. 대학은 5월에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불확실한 의대 정원, 확대된 무전공, 전년 대비 10% 증가한 고3 수험생, 서울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에서 과목 제한을 폐지해 가속화된 ‘사탐런’, 정시 학생부 반영 대학 증가 등 큼직한 이슈들이 즐비해 혼란이 예상된다.

◆의대정원·무전공 변수, 지원전략 세워야 = 교육부가 발표한 2025 교육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2026학년 대입을 치를 고3 학생 수는 40만7418명으로 전년 대비 4만5540명이 증가했다. 2007년 황금돼지띠에 태어난 학생이 고3이 되는 해이다 보니 예년보다 약 10%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대학 모집정원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호도 높은 주요 대학의 경쟁률 상승을 견인할 요소다.

다만 대입 경쟁률이나 합격선은 수시지원 패턴과 합격 상황, N수생 유입 비율, 의대 정원이나 첨단학과 증원과 같은 이슈들과 맞물리기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재학생은 정시보다 수시로 대학에 합격하는 비율이 높은 데다 학생 수 증가로 수능 등급을 받기가 예년보다 수월해져 수능 최저 기준 충족률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불확실한 의대 증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25학년 입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단연 의대 정원이었다. 전년보다 1469명 많은 4485명을 선발했고 2026학년 의대 정원은 4978명으로 2025학년보다 500여명이 더 증가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의대 자체의 의견과 정부 논의 등을 종합하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2025학년과 비슷한 규모로 의대 정원이 확정된다면 입시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에 안정 지원한 수험생이 서울권 의대에 소신·상향하면서 지원자가 몰리고 정시에서도 비수도권 의대에 합격한 수험생이 선호도가 좀 더 높은 의대에 합격하면서 연쇄적인 이탈과 지역 의대 합격선의 소폭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 의대뿐 아니라 한의대 수의대 약대까지 의학계열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2026학년에도 다른 의학계열이나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2025학년보다 의대 정원이 줄어든다면 합격선은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의대생의 휴학이 이어진다면 수능 재도전에 동참하는 의대생으로 말미암아 올해도 수능 상위권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 주요 대학은 자연계열 지원 시 수능 과학탐구를 필수적으로 요구했지만 2025학년 대입부터 상당수 대학이 사회탐구도 허용하기 시작했다. 2026학년에는 작년까지 과탐을 필수로 요구했던 고려대와 홍익대도 사탐을 허용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2025 대입에서 사탐런으로 좋은 결과를 낸 수험생이 의외로 많았다”고 조언했다. 최저 기준 충족을 위한 탐구 선택이라면 과탐보다는 사탐이 유리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교육부는 무전공 유형1(통합선발)의 경우 2025학년 정원의 5% 이상, 2026학년 정원의 1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계열 혹은 단과대별 신입생을 선발하는 유형2까지 더하면 2025학년에 전체 모집 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했다. 2026학년에는 정원의 25%를 넘어설 예정이다. 2026학년 대입에서도 무전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무전공 수시 경쟁률은 논술전형이 가장 높았고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이 뒤를 이었다. 정시에서는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한국외대 동국대 등의 무전공 모집 단위를 다군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심재준 서울 휘문고 교사는 “2025학년에는 입시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무전공 모집 단위에 지원했다”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선택형 수능’ 낀 세대 고2의 전략 = 고2가 치를 2027 수능은 2022 수능부터 도입돼 6년간 시행된 수능 체제의 마지막 시험이다. 문·이과 경계는 사라졌지만 국어와 수학에 ‘공통 과목+선택 과목’ 구조가 도입되면서 수능 전반에서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다수의 입시 전문가는 남은 두번의 수능에서 유불리 문제 개선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거나 문항의 난도가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큰 변화 없는 두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입은 매년 크고 작은 변수가 있었다. 2022 수능은 첫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기존 문과 학생들에게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25 수능은 의대 증원과 무전공·자율전공 신설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고 올해 진행될 2026 대입은 출산율이 급증했던 2007년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수험생이 치른다. 의대 증원 문제도 불확실하다. 2028 대입 또한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 수능 선택 과목 폐지 등 대입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있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현 고2 학생은 2027 대입에 2007년생 재수생이 대거 유입되고 재도전할 경우 2028 수능의 큰 변화 때문에 마음이 조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고1부터 전격 실시되는 고교학점제의 기본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이다. 이에 따라 학생부 기록 방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 교사는 “학생부 분량 자체가 많게는 5장 정도 늘어나면서 대입에서 학생부 정성 평가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입 로드맵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공부에만 몰두한다는 이른바 ‘정시러’가 고2 때 가장 많이 생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대입일수록 수시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사는 “지금 고3은 학생 수가 많아 반수나 재수에 뛰어드는 인원도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혹시 모를 수시 재수를 염두에 둔 학생들의 불안감도 크다. 고1부터는 내신이 5등급제로 개편되는 만큼 고2의 경우 9등급제의 자기 성적과 비교해 유불리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바뀌는 것은 등급뿐만이 아니다. 과목별 성적 체계와 학생부에 담기는 성적 정보에도 변화가 있다. 현재는 9등급 과목의 표준편차를 제공하고 진로선택 과목은 5단계 성취도(A~E)만 표시되지만 현 고1부터는 대학에 상대평가 과목의 표준편차는 제공하지 않는 대신 진로선택 과목의 구체적 성취도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달라질 2028 대입 내신·수능 어떻게 대비할까 = 올해 고1은 입학과 함께 내신과 수능에서 큰 변화가 있어 기대와 우려가 크다. 가장 큰 변화는 내신 산출 방식과 교과목 구조가 크게 달라지는 새 교육과정이다. 대입과 맞물려 학부모의 고민이 가장 큰 부분은 내신평가 체제가 5등급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은 학생의 이수 과목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은 완화하되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5등급제를 채택했다. 종전의 9등급제보다 구간이 넓어지니 등급 내 인원이 많아진다. 200명이 수강하는 과목이라면 9등급제에서 1등급(4%)은 8명이지만 5등급제에선 1등급(10%)이 20명이다. 1등급 학생이 두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그만큼 등급 경쟁은 완화되지만 등급의 변별력은 약화된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5등급제가 9등급제보다 변별이 완화된 것은 맞다”고 예상했다. 다만 1등급대에서 최상위권에서 조밀하게 밀집된 경우 변별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확대가 예고된 논·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 등을 질적으로 평가할 필요성도 커진다. 해법으로는 지금도 교과전형에서 시행하는 면접평가나 서류평가의 도입·강화가 제시된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경희대는 교과전형에서 내신성적과 함께 학생부 교과 학습발달 상황을 살피는 교과 종합평가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고1이 이수할 새 교육과정에서는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더 많이, 자유롭게 이수할 수 있다. 선택과목 수가 19개나 늘어나고 특목·자사고에서 개설되는 전문교과도 일반고에서 개설할 수 있어 자율권이 대폭 확대됐다. 학교 안에 원하는 과목이 없다면 공동 교육과정이나 온라인학교를 이용해 학교 밖에서 이수할 수 있는 여건도 확충됐다. 지난해 12월 고입 입학 설명회에서 앞다퉈 내놓은 각 학교의 새로운 교육과정 편제표에는 생소한 이름의 다양한 과목이 포함돼있다.

종합전형은 물론 교과전형이나 정시의 학생부 평가에서도 교과성적뿐 아니라 학생별로 다른 선택과목 이수 이력과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세특) 등이 중요한 평가자료가 될 전망이다. 비슷한 내신대에서 난도 높고 도전적인 과목을 다양하게 선택하고 충실히 이수했다면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등급제라도 성적 확보를 위해 수강자 수가 많은 쉬운 과목으로 쏠려 어려운 과목은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내신과 수능 모두 변별력이 약화한 만큼 상위권이라면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선택 이수 내용과 주도적인 교과 학업역량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김기수·민경순 이도연 윤소영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