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청년’ 상처 준 채상병 사건, 용산 옥죈다
미온적 대응 속 외압의혹 증폭, 총선참패 결정타
“김여사 특검보다 재의결 가능성 높을 것” 전망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 입은 영웅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정부는 제복 입은 영웅들과 그 가족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자긍심을 가지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 (2023년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
“청년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국가와 정부의 책무다. 저는 누구보다 중요한 국정 동반자가 바로 청년들이라고 생각한다”(2024년 3월 5일 민생토론회 모두발언)
‘채상병 순직사건’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에 촉각이 쏠린다. 총선참패 후 여론에 의지해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생명이 걸린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제복입은 영웅’과 ‘청년’에 최고 수준의 존중과 책임감을 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해병대 소속 채상병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토록 하겠다던 약속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해를 넘기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이 증폭되면서 스무살 ‘제복입은 청년’에게 추서된 훈장은 빛을 잃었다. 윤 대통령은 제복·청년 모두에게 상처를 안긴 셈이 됐다.
대통령실은 수사에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른바 ‘격노’설,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이 와중에 의혹의 한 가운데 있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은 4월 총선 참패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수회담 일정조율 중인 24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이 사건 특검법 수용을 거듭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난색이다. 얼마전 대통령실 최고위급 관계자가 여야 당선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특검법 강행 자제를 요청했다는 뒷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정치권 기류는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부터 추진한다면 스크럼을 짜기가 오히려 나을 텐데 채상병 사건은 이탈률이 높을 것”이라며 “재의결에 실패하더라도 200표에 가까운 찬성표가 나올 경우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치명상”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영 평론가는 25일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는데 커진 데는 윤 대통령의 초기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영수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표와 정무적으로 먼저 터놓고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세부조율은 거쳐야겠지만 윤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특검법을 수용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그래야 이후 다른 특별법이나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한결 명분이 서지 않겠느냐”고 봤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