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빠져 범죄 저지르는 청소년들

2024-05-03 13:00:02 게재

스마트폰 도박 급속 확산 … 경찰, 종합대책 수립·특별단속

형사입건 1년새 2.3배로 … 범죄예방 교육·재범 방지책 강화

#1. 최근 울산경찰청은 5000억원 규모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7명을 구속, 98명을 입건하고 도박 참여 청소년 296명을 적발했다.

구속된 A씨 일당은 2022년 9월께부터 최근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 20개를 운영하면서 ‘대포통장’을 이용해 자금 세탁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청소년(중학생 35명, 고등학생 261명)들이 접속해 도박했다. 경찰이 이들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구·지인이 도박사이트를 알려준 경우가 92%에 달했다.

경찰은 해당 도박사이트 5개를 차단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 65억600만원을 추징 보전했다.

#2. 10대 청소년 B군은 600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수사를 하던 경찰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 한참을 추궁한 끝에서야 그는 도박에 빠진 사실을 털어놨다.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통해 접한 ‘바카라’(트럼프 놀이의 일종)에 이 돈을 모두 탕진했다.

도박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평균연령이 계속 내려가 16세까지 낮아지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학교폭력 등 파생범죄까지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형사입건된 도박 혐의 소년범(14세 이상 19세 미만)은 171명으로 2022년 74명 대비 2.3배로 늘었다. 대부분은 남자 청소년(92.4%)이었다.

고등학생(64명)이 중학생(32명)보다 많았지만 평균 연령은 16.1세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도박 범죄소년의 평균연령은 2019년 17.3세, 2020년 17.1세, 2021년 16.6세, 2022년 16.5세, 작년 16.1세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어려졌다.

도박 종류는 게임당 10초 이내 단판에 끝나는 특성을 가진 바카라·스포츠토토 등 사이버 도박이 84.8%로 가장 많았다.

적발된 도박 장소는 피시방(56.7%)이 가장 많았으며 범죄 수단은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대부분이었다. 경찰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청소년 도박범죄가 앞으로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청소년들이 단순 휴대전화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웹사이트나 문자메시지 광고를 통해 불법도박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고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은행 계좌 개설과 현금 융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범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 도박 범행에 그치지 않고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청소년 간 갈취 등 학교폭력 문제로 번지거나 인터넷 사기, 대리입금 등 2차 파생 범죄로 확산하는 경향이 심화해 우려가 커진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청소년 대상으로 지속해서 파고드는 대리입금 피해를 막기 위해 신종유형 발생경보로 ‘제7호 대리입금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는 (자녀의 도박을) 목격한 적 없다고 해서 내 자녀가 도박하지 않는다고 막연히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도박을 게임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청소년도 많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청소년 도박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올해 강력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

경찰은 우선 청소년 도박범죄 특별예방교육 집중기간을 6월 말까지 운영,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가정 내에서도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학부모를 상대로 청소년 도박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예방에 관심을 촉구하는 교육자료도 제작하여 배포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 도박범죄 근절을 주제로 한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교육 당국과 협조해 알림이(e) 앱을 통해 학교 8000여개, 학부모·학생 600만명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나이별·죄종별 특성에 맞게 제작한 ‘중독성 범죄 소년범 대상 선도프로그램’을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과 협업해 권역별로 시범 운영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협업해 그동안 서울, 부산, 경북 지역에서만 시행했던 소년범 대상 ‘도박 예방 전문강사 출장교육’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강사 출장교육을 확대해 도박 소년범들이 주거지 인근 청소년경찰학교 등 더 가까운 장소에서 자주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초범, 경미 사범 등의 재범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정도가 경미하거나 초범인 소년범은 죄질, 도금액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훈방·즉심·입건 여부 등을 결정하는 ‘선도심사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연계한다. 필요한 경우, 생활·상담·의료·법률 지원도 제공한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소년범을 조사할 때는 범죄심리사가 참여해 범죄환경, 비행요인,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전문가참여제’를 시행한다.

또한 학교전담경찰관들은 도박 소년범을 ‘위기 청소년’으로 지정해 검거 후 3개월간 매주 면담하고 재평가를 거쳐 필요시 면담을 연장한다. 이는 도박범죄가 일반적으로 중단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커 ‘90일 병’이라고 불린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달부터 10월 31일까지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 단속도 병행한다.

이번 단속은 △도박프로그램 개발 △서버 관리 △도박 광고 △대포물건 제공 △고액·상습 도박 행위자 등 도박사이트 자체와 연결된 범죄수익 카르텔 와해가 목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급속도로 확산하는 온라인 불법도박은 청소년의 미래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층 강화된 경찰 선도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년범의 재범방지와 예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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