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들인 경산 화장품 특화단지 장기 방치
전체 분양률 17.2% 불과
경북개발공사 보완 공사
경상북도개발공사가 경산시 여천동 산 79번지 일원 대구연구개발특구에 조성한 산업단지는 조성공사 완공 후 10개월째 허허벌판이다. 전체 산업용지 29개 필지 가운데 5개 필지가 분양됐으나 입주업체는 없다. 3개는 계약완료했고 2개는 입주심사를 진행 중이다. 전체 분양율은 17.2%에 불과하다. ㎡당 조성원가는 38만원씩 3.3㎡당 126만원에 분양됐다. 이보다 입지여건이 좋은 인근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 산업용지 보다 비싸다. 이 곳은 지난 2022년 7월 ㎡당 28만원대에 팔렸다.
개발공사가 지난 2016년 12월 설계에 들어가 2020년 5월 착공해 지난해 7월말 준공했으나 아직도 제 주인을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총 사업비는 493억원이었다.
화장품특화단지는 지대가 높은 임야를 깎아 조성됐다. 필지별로 높낮이가 다른 계단식이다. 토질도 대부분 암반이다. 공사가 끝나긴 했으나 돌무더기를 평탄작업만 끝낸 상태로 보인다.
산업용지 내에 만들어진 배수구는 공장용지 지표고보다 낮다. 심한 곳은 차이가 20㎝에 이른다. 분양업체가 당장 공장을 지으려면 지표면의 암석들을 걷어내야 할 상황이다. 산업용지 필지 간 경계사면은 단순히 토석을 다져 놓아 허술했다. 폭우라도 쏟아지면 무너질 듯 했다.
단지 내 공용도로와 공장부지 사이 경계사면도 옹벽공사 등이 없이 돌과 흙을 비스듬하게 쌓아둔 상태였다.
한 토목전문가는 “평탄작업상태와 경계지점의 법면처리 등은 부족시공으로 볼 수 밖에 없어 완공상태로 보기 힘든 상태”라며 “분양업체가 공장을 지으려면 암석을 덜어내고 배수구에 맞게 지표고를 낮춰 평탄작업을 하려면 엄청난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민원제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단 마무리공사가 엉망이다 보니 이미 분양받은 업체도 입주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5월 계약금 2억5000여만원을 내고 2개 필지를 분양한 A업체는 울상이다.
A사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계약한 업체가 2군데 뿐인데도 공사측이 분양 활성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분양이 안된 곳에 혼자 들어가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A업체 사장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장을 지으려 해도 산업용지의 토목공사가 엉망이어서 토목공사비용이 전체 땅값의 20~30%이상 들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 산업용지가 언제 분양될지 알 수 없고 추가로 토목공사 비용까지 투입하면 건축비 원가가 더 올라가 자금압박이 심각해 질 수 있어 계약해지하고 싶지만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공사의 스마트도시사업처 관계자는 “산업용지 입지 특성상 30m 고저차이가 나는 임야의 경사지형에 조성해 법면이 불가피하게 생겼고 암반도 많아 조성원가가 당초 계획을 초과했다"며 "분양 산업용지간 경계지역을 옹벽이 아닌 법면 토사로 시공한 것은 분양업체에게 이용편의를 주면서도 조성원가를 절감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분양업체의 민원을 해결하고 분양 활성화를 위해 보완공사 등의 추가 지원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판매고객처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따라 화장품업계의 실적악화가 장기화되고 있고 입주가능업종이 제한돼 분양이 부진했다“며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 유치업종 확대 및 업종 배치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경산시도 관련 지원조례를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인가권자인 경산시의 담당 공무원은 “6월말로 예정된 사업기간 만료 전에 단지내 도로와 산업용지간 경계지점은 토사붕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옹벽이나 식생매트시공 등으로 보완해야 정상적으로 사업인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아 경북도의원은 “경산화장품특화단지는 조성공사 초기에도 실시설계용역에 문제가 있어 공사가 지연돼 입주희망기업들이 제때 공장 착공을 못할 우려가 제기됐었다”며 “결국 공사가 입주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단의 분양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