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미흡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② 재무중요성 평가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초점 두고 공시해야"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 PR이 아닌 IR
재무중대성, 기업평가 첫 단추 '필수적'
한국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이 발표된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세미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계와 ESG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서가 만들어진 이유는 양질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강력한 요구라며 지속가능성 공시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초점을 두고 공시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어떤 공시 기준을 선택하든 ‘재무 중요성’ 평가는 공통 분모로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재무 중요성 평가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의 ‘첫 단추’로서 실무상 중요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투자대상기업 세밀한 분석 가능 = 한국회계기준원은 16일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상세한 이해를 돕고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공시기준 제정에 이를 반영하고자 제143회 KAI 포럼을 개최했다.
회계기준원은 이날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ED)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 “공시기준서가 만들어진 배경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를 포함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가 증가해 비교가능성과 일관성 있는 공시를 위한 기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EU·미국·일본·호주·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태영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위원(성균관대 교수)은 “우리 정부가 의무공시 기준으로 채택한 ISSB기반 KSSB 공시기준(초안)은 공시정보의 주요 이용자가 투자자임을 이해해야 하고 기업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초점을 두고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백태영 ISSB 위원은 지난 8일 열린 ‘재무중대성과 지속가능성 공시’ 세미나에서 “우리 기업들이 기존에는 GRI 중심의 임팩트 관점에 입각한 공시해 왔다면, ISSB와 KSSB는 투자자를 위한 정보 공시를 요구한다”며 “기업의 기존 ESG 공시가 PR에 가까웠다면 재무중요성 공시는 IR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PR은 대중들에게 회사나 상품의 장점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홍보활동인 반면 IR은 반드시 좋은 정보뿐 아니라 나쁜 정보까지도 포함한 종합적 정보를 전달한다.
패널토론에서는 KSSB 기준에 따른 지속가능성 공시가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투자자의 책임투자 활성화와 ESG투자를 위한 국내 주식이나 채권의 개별 종목 선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주가 정보성 높일 수 있어 =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으로 공개된 정보는 기업 고유 속성을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의 정보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해외는 물론 우리 기업에서도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재무 중요성(materiality) 지표에 부합하는 ESG 활동 공시를 한 경우 주가 설명력이 있었다”며 “현재 기후 이슈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측면이 있으나, 자본시장에서 재무중요성이 어떻게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보상체계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도록 할 것인지, 그리고 재무적으로 중요한 것을 어떻게 판별할 것인지가 향후 주요 과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업이 공개하는 지속가능성 체계와 주요 주제 및 지표가 각양각색이고 이에 기반한 평가 결과도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표준화된 기준으로 중요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한다면 공익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 데이터 기반 재무중대성 평가방안 제시 = 재무중요성 판단에 따른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주제 선정은 대표이사 및 이사회(ESG위원회) 역할이자 책임 가능성이 높다. 재무중요성 평가 방식은 크게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 기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재무중요성 평가에 있어 KSSB공시 기준서가 요구하는 합리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수준 내에서 질적 분석과 양적 분석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재무중요성평가의 실무 관행 수준이 지속가능성 정보공시의 성공적 안착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ESG 데이터 분석기관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8일 KSSB 공시 안착을 위한 데이터 기반 재무중대성 평가방안을 제시했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부대표는 “국내 ESG 공시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ESG는 이제 당위성을 넘어 유용성을 필요로 한다”며 “단일중대성의 ISSB(KSSB)와 이중중대성의 ESRS(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 GRI 어떤 공시기준을 선택하든 ‘재무중요성 평가’는 공통적으로 요구된다”며 “현재 국내 실무는 재무중요성 주제 선정에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 설문방식을 주로 활용하나 이는 공시의 합리성을 인정받기에는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그 해결방안으로 “양적 분석 즉, 국내 데이터 회귀분석 결과를 SASB 산업별 중요 이슈와 매핑한 결과를 재무중요성 주제 선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전력 및 발전 산업’의 경우 국내 ESG 데이터를 SASB 기준과 매핑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 △전 종업원 보건 및 안전 이슈가 국내 맥락에서 재무적 이슈로 도출됐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