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추이·국제비교
2021년부터 분배구조 개선 등 최저임금 제역할 못해
윤석열정부 최저임금인상률 역대정부 ‘꼴찌’ …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 OECD 상위권, 국제기준 적용하면 중·하위권
윤석열정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론,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정부 가운데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추이와 국제 비교’ 이슈페이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태우(16.2%)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 이어 노무현(9.9%) 김대중(9.4%) 김영삼(8.3%) 박근혜(7.4%) 문재인(7.2%) 이명박(5.2%) 윤석열(3.8%) 순이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태우(8.7%) 김대중(6.6%) 노무현(6.5%) 박근혜(6.1%)·문재인(5.1%) 김영삼(2.7%) 이명박(2.5%) 윤석열(1.4%)로 순위가 바뀐다. 윤석열정부의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한 해 인상률이다.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시간급 기준으로 9.0%다. 같은 기간 10명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정액급여 인상률은 시간급 기준 8.0%, 통상임금 인상률은 7.8%였다.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8%, 물가상승률 3.5%고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은 8.3%였다. 김유선 이사장은 “지난 3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이나 경제성장률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0%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성장+물가승상률’(각각 6.6%, 7.7%, 5.0%)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이었다. 김 이사장은 “2021년부터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 등 최저임금제도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기준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는 28개국의 평균 최저임금은 7.4달러로 한국(7.1달러, 같은 기간 환률 기준)보다 0.3달러 높다. 한국은 28개 회원국 중 15위로 중간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10달러를 넘는 나라는 호주(14.5달러) 룩셈부르크(13.9달러) 뉴질랜드(13.3달러) 영국(11.5달러) 프랑스(11.4달러) 캐나다(11.2달러) 독일(11.1달러) 아일랜드(11.1달러) 벨기에(10.9달러) 네덜란드(10.5달러) 10곳이다.
구매력 평가지수를 사용하면 한국은 9.5달러로 OECD 평균(9.0달러)보다 0.5달러 높고 순위도 13위로 두단계 올라선다.
풀타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과 최저임금을 비교하면 한국의 순위가 급격히 높아진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 풀타임 노동자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47.8%로 28개 회원국 중 7위다. 중위값을 기준으로는 60.9%로 8위다.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평균임금이 다른 나라보다 낮거나 낮게 보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비정규직 포함)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해 OECD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교해 일본은 5인 이상 사업체 조사, 유럽연합(EU)은 10인 이상 사업체 조사결과를 OECD에 보고한다.
김 이사장이 우리나라 주요 임금통계인 ‘사업체 노동력 조사’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체 규모과 기준 등을 국제기준에 맞춰 계산하면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OECD 중·하·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졌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일본처럼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풀타임 노동자의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하면 52.3%로 12위, 통상임금(정액급여+특별급여)을 기준으로 하면 48.3%로 18위로 떨어졌다.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정액급여를 비교하면 40.6%로 16위, 통상임금은 34.2%로 26위로 떨어졌다. EU처럼 1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정액급여는 18위(39.3%), 통상임금은 26위(32.7%)로 순위가 더 떨어졌다.
김 이사장은 “형식 논리상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 임금’과 비교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체는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비공식 부문인데 과연 5인 미만 사업체 임금통계를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임금 부문인 5인 미만 사업체와 임시·일용직 임금은 포함하면서 고임금 부문인 공무원과 교원 임금은 포함하지 않는 이유 △저임금 일소, 임금격차 해소, 분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때 굳이 5인 미만 사업체의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을 포함시켜 비교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고용부에 문제제기를 했다.
김 이사장은 “5인 미만 사업장과 임시·일용직 노동자 임금을 포함시켜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하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날수록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높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겨난다”면서 “OECD는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계산할 때 파트타임을 제외하고 풀타임 노동자 임금을 비교하는데, 이는 최저임금 수준을 정함에 있어 비정규직(파트타임) 임금을 포함시켜 비교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임금격차 해소와 분배구조 개선의 효과를 보이려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보다 높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