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사상 첫 2조원 넘나…“원인별 접근 필요”
근로감독관 1천명 증원했지만 “체불액 증가추세 막는데 실패” … “정기 실태조사·연구도 없어”
지난해 체불액은 1조784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임금체불액은 1조6953억원으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사회적 재난’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임금체불 실태와 원인 파악을 위한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연구조차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원(공인노무사)은 지난달 26일 ‘임금체불의 원인별 사전예방대책에 관한 소고’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객원연구원은 “고용부는 2018년부터 임금체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을 1000명 증원해 2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신고사건 처리 등에 매몰되면서 사업장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서 “임금체불액의 증가추세를 막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객원연구원은 “고용부는 근로감독관을 통해 임금체불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데, 최근 자료를 보면 도산 등 ‘경제적 요인’이 81.5%에 이른다”며 “사업주 인식부족 등 비경제적 요인의 비중은 매우 낮아 사전예방 조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데이터 DB를 이용한 분석결과를 보면 고용부 자료와 정반대 결과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체불유형 정보가 있는 12만1371개 사업자를 분석한 결과,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임금체불은 사업자 기준 19.9%, 노동자 기준 56.8%로 나타났다. 반면 비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임금체불은 사업자 80.1%, 노동자 43.2%로 조사됐다.
사업자 기준으로는 비경제적 요인이 높고 노동자 기준으로는 경제적 요인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객원연구원은 “임금체불 대책을 수립하는데 원인별 맞춤형 대책을 제시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정부가 임금체불 원인파악을 위한 실채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객원연구원은 임금체불을 7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①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관리 미흡과 연장·야간 근로 수당 미지급 ②최저임금 미지급 ③직원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로 오분류 ④법령 해석 및 적용의 오류 ⑤급여의 불법 공제 ⑥일시적 경영악화로 일부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⑦기업 도산 등으로 임금지급일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⑦유형은 임금대지급금제도(체당금제도)를 통해 사후 구제가 가능하고 ⑥유형은 대출을 통한 회피가능성 여부에 따라 경제적 요인에 따른 체불인지 비경제적 요인인지 분류할 수 있다.
이 객원연구원은 “①번부터 ⑤번까지 유형은 사업장 노무관리 능력부족이나 사업주의 인식부족에 기인한 체불이라는 점에서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객원연구원은 임금체불이 만연한 원인을 거시적 측면에서 환경적(신자유주의적 경쟁압력 등) 요인과 산업구조적(균열된 직장 등) 요인으로 분류했다.
또한 미시적인 측면에서 법제도적(처벌과 제재), 행정적(법령 적용, 근로감독), 노사관계적(노사단체 역할) 측면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 객원연구원은 임금체불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 확산, 다단계 하도급 구조 확산, 사업주에 대한 낮은 처벌, 근로감독 부족, 노조 쇠퇴 등을 꼽았다.
임금체불 발생원인에 대응한 사전예방 대책으로 △법제도적 측면에서 법령 위반에 대한 적절한 처벌, 법규정 및 절차의 단순화 △행정적 측면에서 임금보호에 관한 홍보와 교육, 충분한 물량의 근로감독 수행 △노사관계적 측면에서 노사단체의 협력, 피해 노동자의 적절한 보호 등을 제시했다.
이 객원연구원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아웃소싱으로 인한 임금체불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 등 임금체불 사전예방을 위한 보다 거시적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단기적 대책으로는 사업장 감독물량을 증가시켜 ‘적발된 확률’을 높임으로써 불법적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