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경호처·지지층 뒤에 숨은 윤 대통령

2025-01-03 13:00:02 게재

공수처, 초유의 현직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

대통령실 “경호처 지휘권 없다” 협조 거부

윤, 지지층에게 자필서명 편지 배포 등 버티기

“대통령은 법치의 상징인데 … 국격 떨어져”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시도됐다. 용산 한남동 관저에서 칩거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임하겠다”던 대국민 약속을 또다시 어겼다.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3일 정치권과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한남동 관저로 진입한 공수처 검사들은 오전 10시 현재 2시간 넘게 대통령경호처 및 경호부대와 대치 중이다.

윤 대통령이 순순히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예고됐다. 앞서 공수처는 경호처 등의 반발에 대비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경호처 등이 집행절차에 협조할 수 있도록 지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었다. 대통령실은 3일 공수처가 대통령비서실장 앞으로 보낸 체포영장 집행 협조요청 공문과 관련,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경호처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역시 체포영장 발부 직후인 지난달 31일 “영장 집행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업무를 수행할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나흘째 반복해왔다.

윤 대통령은 관저 앞에서 체포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지층에게 자필 서명 편지를 보내 지지층을 부추기기도 했다.

새해 첫 메시지이기도 했던 A4한장짜리 편지에서 윤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체포 영장 집행 불응은 물론 강성 지지자들에게 체포 영장 집행을 막아달라는 호소전으로 해석됐다.

한편, 윤 대통령 체포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소환 요구 불응으로 체포영장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자진해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전날 “법치의 상징인 대통령이 정치적 농성을 벌이고, 지지자들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내전 선동까지 하고 있다”면서 “영장집행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사태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도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고, 영장집행으로 현직 대통령이 양팔을 잡혀 체포되는 것도 국격이 떨어지는 해외토픽감”이라고 한탄했다.

김형선·구본홍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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