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윤 대통령 고강도 조사 예고

2025-01-03 13:00:09 게재

공수처, 100여쪽 질문지 준비 … 체포 지시 등 확인할 듯

조사 후 서울구치소 구금 …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수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그에 대한 대면조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청사로 데려와 고강도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준비는 마쳤다”며 “윤 대통령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전후 국회봉쇄와 계엄해제 의결방해, 주요 인사 체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지시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100쪽이 넘는 질문지를 마련하고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참고해 추가 질문까지 보완해 놓은 상태다.

윤 대통령의 혐의는 내란을 실행한 군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미 상당부분 구체화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 등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직접 연락해 지시한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이같은 지시를 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한남동 관저 진입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통과해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윤 대통령이 제2, 제3의 비상계엄을 시도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를 직접 내렸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등 수사과정에서 내란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명의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가 운용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체포할 주요 인사 명단을 불러 주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는데 윤 대통령이 직접 체포 명단을 선정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와 직원 체포를 기획하는 과정에 윤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도 밝혀내야할 대목이다.

아울러 계엄 모의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일부 극우세력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내란의 동기가 됐는지 등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차정현·이대환 부장검사가 맡는다. 차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내란사건 주임검사이고,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조사에 2명의 부장검사를 투입하는 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7년 3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는 당시 특수1부장검사였던 이원석 전 검찰총장과 형사8부장검사였던 한웅재 전 대구지검 경주지청장이 번갈아 투입된 바 있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때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였던 송경호 부산고검장과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였던 신봉수 대구고검장, 당시 특수2부 부부장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했었다.

윤 대통령을 상대로 확인해야 할 내용이 방대한 만큼 장시간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청사 내 휴식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놓았다. 윤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조사 완료 시점이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조사를 마치면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금될 예정이다. 경호 등을 고려해 독방에 구금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후 48시간 이내 조사를 끝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난데다 공범인 김 전 장관과 군 지휘관들이 모두 구속된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10일씩 윤 대통령을 상대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설 명절 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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