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 바로알리기

“AI 시대, 역사왜곡 가능성 높아진다”

2025-01-02 13:00:01 게재

생성형 AI, 만리장성·독도·동해 등 관련 잘못된 답변 … “민관 협력 대응 필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여전히 전세계 교과서 백과사전 웹사이트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되거나 부정확하게 소개되고 있다. 갈수록 널리 활용될 생성형 인공지능(AI) 역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2024년 12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김승수 의원 주최, 반크 주관으로 ‘AI 역사왜곡에 대한 글로벌 한국 바로 알리기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반크는 1999년 설립 이후, 세계 곳곳의 교과서와 백과사전, 지도, 웹사이트를 분석하며 한국 관련 역사와 문화 정보를 시정하는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왜곡된 한국의 정보가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 및 학습을 통해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재생산하기에 한국의 영토와 역사 문화주권에 대한 위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기태 반크 단장의 주장이다. 반크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대에 한국에 대한 역사왜곡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박 단장은 “이미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AI를 활용한 국가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AI는 만리장성을 평양까지 표현하거나 동해를 일본해라고 소개하고 경복궁을 오사카성처럼, 석굴암을 동굴 밖에 위치한 것처럼 그려내는 등 한국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AI 가 발전, 보급되면서 딥페이크와 저작권 문제 등 여러 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AI에 의한 역사 왜곡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최근 케이(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이 생성형 AI 를 통해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진실처럼 받아들일까 걱정인데 토론회를 통해 실질적인 대책 방안을 세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코파일럿이 잘못 그린 ‘석굴암’. 사진 코파일럿 제공

◆“영토·역사·문화 주권 우려” = 이날 토론회에서는 만리장성 등 생성형 AI가 왜곡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들에 대해 논의됐다.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해외 매체에서의 한국 역사 소개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한국을 침략하고 제국주의 침략 지배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홍보한 관점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면서 “한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중국의 글로벌 왜곡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중국의 문화유산을 상징하는 만리장성을 통해 고대 중국의 영토를 한반도 평양까지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을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당시 만리장성은 약 6352㎞였지만 중국은 해마다 만리장성의 길이를 늘리고 있다.

2024년 12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김승수 의원 주최, 반크 주관으로 ‘AI 역사왜곡에 대한 글로벌 한국 바로 알리기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김승수 의원실 제공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2~2007년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는 동북공정 사업을 실시했다. 2000년대 중반 만리장성의 길이를 6000㎞로 발표했지만 동북공정 이후인 2009년에 8851㎞로, 2012년엔 고구려와 발해가 쌓은 성까지 포함한 2만1196.18㎞로 늘리고 있다. 권 연구원은 “만리장성을 통한 중국의 역사왜곡 작업은 성공했고 미국의 유명 세계사 교과서에 만리장성이 북한의 평양까지 쌓았던 것으로 그 길이가 늘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권 연구원이 주목하는 것은 생성형 AI의 급속한 성장이다. 전세계가 생성형 AI 기술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접하게 된 상황에서 생성형 AI는 전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찾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세계 주요 AI가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좌우되고 이는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챗GPT 코파일럿 등 생성형 AI가 수집한 한국 정보들이 중국과 일본의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한국의 영토와 역사, 문화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제국주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권 연구원은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인공지능을 역사 패권주의로 이용하는, 즉 데이터를 무기로 세계인들의 역사 인식과 행동에 영향력을 끼치는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한다”면서 “100년 전 제국주의 시대처럼 무기를 들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 아닌, AI 데이터 정보망으로 사람들의 역사 영토 문화에 대한 생각을 조종하고 그것을 신뢰하게 만드는 AI 패권주의 시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느 국가든 피해국 될 수 있어” = 반크에 따르면 생성형 AI인 챗GPT에 한국의 동쪽 바다 이름을 물으면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답변한다. 독도에 관한 내용도 한국에서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정보가 아닌 해외 사이트에 소개된 정보를 기반으로 답변한다.

권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인 코파일럿에 독도에 관해 물어보면 ‘한국에서는 독도,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불려지고 일본해에 위치해 있다’며 왜곡해 소개하고 있다”면서 “반크는 코파일럿이 한국어로 된 자료가 아니라 영문 자료를 통해 학습하고 있으며 영문으로 학습한 자료는 일본 정부가 전세계에 홍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구승현 반크 한국 홍보대사(대학생, 정치외교학 전공)는 “AI 역사 왜곡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국가든 처할 수 있는 국제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AI에 질못된 정보가 입력되면 어느국가든 AI 왜곡의 피해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해결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선제적 여론 형성 필요” = 생성형 AI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AI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선제적으로 한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제 사회에 발신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하는 태스크포스(TF)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단장은 “AI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민관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토론회를 계기로 AI 한국 바로 알리기를 넘어 세계 속의 한국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한 선제적인 여론 형성과 이를 지원할 태스크포스(TF) 설립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외교부 국가유산청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들이 함께 해 한국 역사 및 문화에 대한 정확한 홍보와 역사 왜곡 대응에 대한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의 입장을 밝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