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를 넘어 새로운 시대로 ③ 2030 청년세대의 선택은
“2030세대, 공정의 또다른 이름 ‘도덕성’ 중시”
차기 대통령 덕목으로 ‘국민통합’ 이어 ‘도덕성’ 꼽아
“탄핵정국 거치며 기존 정치에 비판적 시각 드러내”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 국회 앞을 가득 채운 2030세대는 기성세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문제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 소위 MZ세대는 나라가 어두워지자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나와 밝게 비췄고, 최애 아이돌 음악 떼창으로 권력자의 헛소리를 묻어버렸다.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다정한 선결제 릴레이로 주변과 온기를 나누는가 하면, 경찰과 대치하던 농민들을 도우려 남태령으로 달려가 약자와의 연대에 발벗고 나섰다. 이런 청년세대들의 모습은 기성세대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최근 어두운 시국에서 대한민국이 발견한 가장 밝은 희망이라 할 만했다.
불법계엄과 탄핵정국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각성한 2030세대가 과연 다음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을 받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이들이 찾아 나설 다음 정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인 지난해 12월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000명에게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을 물었다. 100% 자동응답전화방식으로 진행됐고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2%p다.
대통령 자질로 꼽힐 만한 11가지 덕목들을 제시하며 1·2순위 지목을 요구했는데 그 중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1·2순위로 지목한 것은 ‘협치와 국민통합’(38.6%)이었다. 그 뒤를 ‘법치와 준법정신’(25.0%), 도덕성(23.0%), 소통능력(17.3%) 추진력(16.7%) 등이 이었다.
이 중 2030세대만 들여다 보면 이들 역시 ‘협치와 국민통합’을 가장 많이 1·2순위로 꼽았지만 그 다음 순서는 ‘법치와 준법정신’이 아니라 ‘도덕성’이었다. 전체 연령대를 포괄했을 때는 23.0%만 도덕성을 차기 대통령의 조건으로 꼽았지만 2030세대에선 24.9%가 도덕성을 지목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대통령들이 연속으로 탄핵되는 상황을 겪으며 정치 지도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한 청년세대에게 도덕성은 공정의 또다른 말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고 봤다. 안 대표는 “어처구니 없는 불법계엄이 일어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온 것도 결국엔 기존 정치인,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청년세대 입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계엄이라는 것을 들고 나온 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조기 대선이 열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최소한 윤 대통령을 사면시키지 않을 만한 인물을 찍으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2016년 탄핵정국과 차이점으로 ‘설렘 없음’을 짚기도 했다. 최 소장은 “2016년만 해도 아직 해보지 못한 정책들도 많고, 새롭게 시도해 볼 만한 정책들이 남아 있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분야든 다른 나라 하는 정도는 하고 있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부터 정말 나라가 좋아지려면 새로운 정책을 편다기보다는 구조를 개혁하거나 최적화 시도를 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만 남아 있다. 결국 국민들도 어떤 정치 지도자를 뽑든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보다는 더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무기대 무희망 느낌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