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 체제’ 헌재, 탄핵 심판 속도 … 공수처, 윤 체포 ‘초읽기’

2025-01-02 13:00:05 게재

법적 부담 털어낸 헌재, 4월 18일 이전 선고 가능성

체포영장 집행 임박 … 공수처, 설 직전 기소 전망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한창·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함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가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뒤 계속해서 ‘신속·공정한 재판’을 강조하면서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데다 ‘7인 이상 심리’라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을 충족해 논란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등 2명이 퇴임하는 올해 4월 18일 이전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기에 경례하는 헌법재판관들 정형식(오른쪽 두 번째 부터), 김형두, 정계선, 조한창,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김복형 헌법재판관 등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 및 시무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으로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영장 집행을 위한 막판 점검을 하고 있다. 이미 윤 대통령의 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난 만큼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구속과 기소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정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이달 설 명절 직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관 회의 주 2회로 늘릴 듯 =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0시 새롭게 임명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 취임식을 가졌다. 두명의 재판관이 취임되면서 6인 체제에서 8인 체제로 전환됐다. 이들이 전원재판부에 합류하면서 심리는 물론 결정에도 걸림돌이 사라진 것이다.

헌재는 지난 10월 재판관 3명이 퇴임한 이후 두 달 넘게 ‘6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에서 ‘7인 이상 심리’ 규정을 임시로 정지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심리는 시작했지만, 선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꾸준히 논란거리였다.

이런 논란 때문에 헌재는 “6인 체제에서도 심리와 변론은 가능하다”면서도 “결정(선고)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혀 온 것이다.

하지만 재판관 2명이 충원되면서 법적·절차적 문제 없이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논란거리가 사라진 만큼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을 논의하는 재판관 회의는 매주 1회씩 열리는데, 재판관이 충원된 만큼 주 2회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헌재는 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두 번째 변론준비 기일을 연다. 이르면 이달 중순 정식 변론 기일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심판 선고 시기의 가장 큰 변수는 윤 대통령의 공개 변론 기일에 직접 참석하는 경우다. 법적으로 다투려는 의지가 강해 다수의 증인 신청과 송달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심판을 지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회측과 윤 대통령측이 증인 신청을 몇 명이나 할지가 주요 관심사이지만 헌재가 적절하게 제어할 것으로 예상돼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27일 1차 변론준비 기일에서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는 다르다. 헌법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제일 큰 목표”라며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개인적인 권리보호를 형사소송만큼은 보장해드리기가 어렵다”고 못박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재판부는 “탄핵심판은 100% 형사재판처럼 진행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박 전 대통령 쪽의 증인 신청이나 수사기록 요청에 대한 이의신청 등을 기각하며 속도를 냈다.

박 전 대통령 때에는 변론준비기일 3회와 변론 17회를 했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영상과 담화문 등 증거가 명백해 10회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전문가 의견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오는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임기 만료 전에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명의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 재판관 충원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그전에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은 접수 63일 만에,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91일 만에 선고된 것을 고려하면 2~3월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헌재에 접수돼 1일까지 18일째 심리 중이다.

◆경호처 영장집행 막을 근거 사라져 =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도 임박했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받아놓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조만간 영장 집행에 나설 예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2일 “체포영장 집행에 대규모 인원이 필요한 만큼 경찰과 구체적인 집행 시점과 역할 분담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막판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수사팀은 휴일인 1일에도 출근해 윤 대통령 직접 조사를 준비했다.

오 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체포영장, 수색영장에 대해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며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협의하고 있고 기한 내에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 시한은 이달 6일까지다.

앞서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자 대통령경호처는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경호처가 경호를 명분으로 집행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공조본은 대통령실과 대통령 안가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가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막아서면서 불발된 바 있다. 형소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111조에서는 공무원이 소지 보관하는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은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 압수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해당 법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도 돼 있지만 경호처가 가로막으면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체포영장에 관해서는 집행을 거부할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다. 게다가 법원은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해당 영장의 경우 형소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그동안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아온 근거를 없애버린 것이다.

공수처는 이미 지난해 12월 31일 경호처에 영장 집행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오 처장은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음을 엄히 경고했다”며 “반대가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저 문을 열지 않는 단계부터 집행 방해로 판단한다”며 “바리케이트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공무집행 방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호처가 막아서더라도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정부과천청사로 데려와 조사한 뒤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예정이다. 통상 피의자를 체포하면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하는 만큼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혐의가 뚜렷한데다 내란 공범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군 지휘관들이 모두 구속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 대통령의 혐의는 이미 상당부분 구체화된 상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장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직접 연락해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하지 못하도록 국회를 봉쇄하고 위원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국회원들 다 체포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다 끄집어내라” 등 윤 대통령의 자세한 지시사항이 담겼다. 또 윤 대통령의 지시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10여명을 체포·구금하고, 선관위를 장악해 서버 반출과 직원들을 체포하려 한 혐의도 적시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한 정황까지 파악됐다.

이처럼 무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 공수처의 수사를 거쳐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공수처에는 대통령을 기소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이런 경우 구속기간이 20일을 넘지 않도록 하고 각각 10일가량씩 수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상대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조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내면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설 명절 전에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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