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공시 늦출수록 글로벌 경쟁력 떨어져”
경제계 “2029년 이후로” 시민사회 “늦어도 2026년에 시작”
초안 놓고 국회 토론회 … 연금 “미뤄지면 의사결정 어려워”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등을 의무적으로 알리는 ‘기후공시’ 제도를 놓고 재계와 시민단체·투자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시 기준 초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관련 시민단체들은 “늦어도 2026년부터는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후공시 방향 제안’ 토론회에선 기후공시 관련한 의견이 쏟아졌다.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선 지난 4월말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후 관련 공시 기준도 포함돼 있다.
만약 기후 공시 제도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같은 정보 외에도 기후변화에 따라 어떤 위험과 기회가 존재하는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에 대해 어떤 대응전략을 갖고 있는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런 정보가 공개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어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선 기후공시 의무화가 차츰 자리잡는 추세다. 2020년 9월 뉴질랜드가 기후공시를 처음으로 의무화했고 유럽연합 대형 상장기업들은 내년부터 공시를 시작한다.
한국은 대처가 느린 편에 속한다. 공시 기준 초안이 공개되긴 했지만 공시 의무화를 언제부터 할지, 대상 기업은 어느 범위로 할지, 자율공시로 할지 법적공시로 할지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재계에선 제도 연착륙 등을 위해 기존 로드맵상 2026년으로 정해져 있던 시점을 2029년까지 미루자는 입장을 밝히며 제동을 걸고 있기도 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들을 조사해 “2028년 이후가 적정하다”는 설문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민사회 패널들이 주로 참석한 국회 토론회에선 최소한 2026년에는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유럽,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에선 2025~2026년으로 공시 시기가 확정됐는데 한국은 여전히 미정”이라면서 “(더 늦춘다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재계 의견에 대해선 “금융위원회는 2021년부터 단계별 추진을 예고했다”면서 “정책도, 기업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도 가능한 한 빨리 도입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장은 “(기후공시가) 뒤로 미뤄질수록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도 “기업 규모나 사업 현황에 따라 대상 기간은 차등을 두는 편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