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부동산 통한 자금세탁 규정 강화
주택 전액현금 거래시 관련내역 보고 의무
미국 재무부가 주거용 부동산 거래를 통한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최종안을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각) 발표된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신설규정에 따르면, 투자자문사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법인이나 신탁, 페이퍼컴퍼니 등이 주거용 부동산을 전액 현금으로 매수할 경우 관련 정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판매자와 매수자, 거래로 이익을 보는 개인의 이름, 매매된 부동산과 결제 과정의 세부내역 등이 보고대상이다. 개인 매매 또는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이나 기타 자금조달 방식으로 이뤄진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규정은 투자자문업계의 경우 2026년 1월부터, 부동산중개업의 경우 2025년 12월부터 시행된다.
미 재무부 재닛 옐런 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 조치는 범죄자들이 미국의 부동산, 투자자문 부문을 악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주택에 대한 전액현금 구매는 자금세탁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 규정은 미국 금융시스템을 거치는 자금세탁과 검은돈 송금을 막기 위한 바이든정부의 노력”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설 규정은 미국 자금세탁방지법 수십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기업투명성을 촉진하는 비영리단체 ‘팩트연합 (FACT Coalition)’ 이사 이언 게리는 “신설규정은 미국 내 검은돈을 근절하는 데 매우 필요한 보호장치”라며 “미의회와 자금세탁 방지 전문가, 시민사회가 이를 촉구한 지 수년 만에 마침내 미국에서 부동산 비밀거래의 시대는 끝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미부동산협회 대변인인 토리 시렉은 “범죄자들이 현재의 법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FinCEN의 최종규정은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를 다루는 데 있어 실용적이고 리스크에 기반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신설규정은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주거용 부동산과 관련한 자금세탁은 주택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올해 민주당 대선캠페인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2019년 자금세탁이 캐나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자금세탁 목적의 투자는 캐나다 집값을 3.7~7.5% 밀어올렸다.
하지만 향후 법적 갈등도 예상된다. 미국 앨라배마 연방지방법원은 올해 3월 ‘미 재무부는 중소기업들에게 부동산 매수자나 거래로 이득을 본 자의 세부내역을 정부에 보고토록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