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인재 선발해 미국기업에 보낸다
공공기관·기업 이어 해외 인턴까지
청년나이 39→45세 지원대상 확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민 박민경(24)씨를 비롯해 곧 미국으로 떠날 청년들과 마주한 오언석 구청장은 또래 딸을 둔 아버지처럼 안전부터 챙겼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들이다. 오 구청장이 “6개월이고 1년이고 경험만 쌓으라는 게 아니다”라며 “이후 정규직 채용도 가능하다”고 청년들을 응원했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도 세심하게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청년들 요구에는 “먼저 출국한 청년들과 현지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연락망을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 구청장은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며 도봉구 상징인 학봉이와 은봉이를 청년들에 선물했다. 지난달 말 방학동 도봉구청에서 열린 ‘해외 인턴십 청년 환송식’ 장면이다.
4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청년 특히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두번째로 노인인구가 많아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언석 구청장은 “도봉구 주민 평균연령이 47세인데 지난해 조례를 개정해 청년 기준을 기존 39세에서 45세까지 높였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청년정책 혜택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례를 바꾸면서 기존 8만명이던 청년이 10만명으로 늘었다.
공공기관 인턴십에서 시작했다. 여름·겨울방학에 단기적으로 행정체험만 하던 걸 확대했다. 지난해 5명을 선발했는데 구청에서 일 경험을 쌓고 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는 9명까지 인원을 늘렸다. 기업 인턴도 지난해 선발한 3명 중 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올해도 3명이 근무 중이다. 오 구청장은 “현재 기업에서는 신규보다는 6개월 이상 경력을 쌓은 청년들을 선호한다”며 “취업시장 변화에 맞춰 청년들에게 일 경험을 제공했는데 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이 늘고 서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해외 기업 인턴십은 청년 일자리 백미다. 지난해 5명을 선발해 3명이 출국해 해외에서 근무 중이다. 나머지 둘은 학업을 마치고 출국하기로 했다. 올해는 사회적 배려 대상 등을 고려해 지난해보다 2명 많은 7명을 선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패션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출국한 박민경씨를 비롯한 일부는 일을 경험할 회사를 찾았고 나머지는 비자를 받는 과정이거나 근무처와 협의를 하는 중이다. 물류회사 경영지원, 식품회사 마케팅, 음식점 프랜차이즈 회계 등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청년들은 해외에서 경험을 쌓는데다 공공기관에서 중개한 일자리라 더 믿음이 간다고 입을 모은다. 도봉구는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해외 일자리를 더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서로 의지가 될 ‘도봉가족’을 꾸리도록 할 계획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청년 일자리를 가장 앞세웠을 정도로 관심이 많고 정부와 별개로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며 “청년들이 일 경험을 쌓고 다시 도봉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