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예린 명지대 영어영문학과

2024-12-11 09:18:15 게재

영어로 국제 사회와 다문화 탐색하며 꿈 키웠죠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열쇠다. 예린씨는 어릴 때부터 길러온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나라의 역사를 탐구하면서 수많은 이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나만의 장점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는 예린씨를 만나 새롭게 생긴 꿈 이야기를 들었다.

김예린 | 명지대 영어영문학과(인천외고)

김예린 | 명지대 영어영문학과(인천외고)

사진 배지은

우수한 영어 실력으로 사회 문제 파고들기

예린씨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영어 토론 대회였다. 영어로 말하기를 워낙 좋아한 예린씨를 눈여겨본 학원 선생님이 적극 추천했고 대회에 참가하면서 영어가 더 좋아졌다. 해외 여행을 갔을 땐 그동안 배운 영어 실력을 발휘했는데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짜릿했다.

외국어를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려 외고 영·스페인어과에 진학한 예린씨는 고1 때 교내 모의 국제회의에 참가했다. 예린씨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를 맡았다. 난민 차별 철폐 및 난민의 사회 포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의 국제 이사회에서 각국 대표와의 협력을 주도했다.

“국제 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국가마다 달라요.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니 갈등도 많고요. 저는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난민 문제는 각국의 협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잖아요. 만약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다시 한 번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도 깨달았고요.”

진로 선택 시기가 다가오자 스페인학과는 상위권 대학 일부에만 개설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았기에 진학에 고민이 많았다. 예린씨는 발표 수업에 강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교과 성적은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열정만은 흔들리지 않았고 꾸준히 관심 분야인 국제 사회·환경·사회 문제와 영어의 접점을 탐색했다.

“고2 때 <심화영어회화Ⅱ> 시간에 ‘환경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토론했어요. 저는 소득이 높았던 사람은 소득이 낮아져도 원래의 소비 패턴을 바꾸지 못한다는 래칫 효과를 들어 과학기술 수준이 높아진 인류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기술의 진보로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고3 때는 이 주제를 심화시켜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책>을 읽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중요성과 지속성에 대해 탐구했고요. 일회성 탐구 활동이 아니라 꾸준히 심화 탐구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웃음)”

두 마리 토끼 잡은 영어+다문화 탐구

고2 <심화영어Ⅱ> 시간에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원서로 읽었다. 능력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공공선을 고민할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더불어 예린씨의 관심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마침 당시에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으로 여론이 뜨거웠는데 비슷한 시기에 평택항에서 작업 중 사망한 청년 사건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예린씨는 의대생의 죽음에만 주목했던 대중이 안타까웠고 직업에 따라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와 대중의 시선을 마이클 샌델이 말한 공공선과 연결시켰다.

“계급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는 직업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노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공공선의 시작이고요. 두 사건에서 드러난 대중의 반응은 그와 대조적이었죠. 책을 통해 배운 공공선을 실제 사건에 적용시켜 탐구할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면접을 준비할 때도 이 책을 많이 활용했어요. 선생님이 이 책을 좋아한 학생은 저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진로를 고민할 때 프랑스학과도 염두에 뒀는데 덕분에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이해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 친구들과 만든 ‘심화 글로벌 언어 인문 탐구반’에서는 프랑스의 이민자 정책으로 다문화 사회를 위한 사회 통합의 방향성을 고찰했고, <논술> 시간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실존주의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최근 ‘영문학개론’ 시간에 이민자의 삶을 다룬 미국 작가 에이미 탄에 대해 공부했거든요. 고등학교 때 많이 탐구했던 주제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작가는 자신이 사는 시대를 작품에 반영하잖아요. 문학 작품을 통해 작가가 살았던 시대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죠.”

면접 예상 질문 토대로 근거 있는 자신감 만들기

워낙 영어로 말하기를 좋아하고 발표 수업에 강했던 예린씨는 역시나 면접에서도 강했다. 나만의 면접 팁을 물었더니 오히려 불안하기 때문에 자신감에 근거가 생기기까지 연습을 거듭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학생부에 기록된 탐구 활동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예상 질문을 약 100개 만들고 답변을 써내려갔어요. 덕분에 실전에서 같은 질문이 나오지 않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준비한 답변을 기반으로 차분하게 대답할 수 있었죠. 자기소개는 참신하게 준비했어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이어지는 질문에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고요.”

요즘 예린씨의 관심은 마케팅 분야로 기울고 있다. <심화영어작문Ⅰ> 시간에는 <트렌드 코리아>를 읽고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기업 마케팅 전략을 탐구했고, 개인의 신념을 소비로 드러내는 ‘미닝아웃’이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역할도 겸한다는 사실을 배우며 마케팅과 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키워왔기 때문이다.

“영어를 정말 좋아하지만 순수 문학을 파고드는 것보다 언어를 활용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탐구하면서 현상을 분석하는 마케팅이 저에게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꼭 상경 계열 출신만 마케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보려고요. 이제는 나만의 장점을 잘 아니까 부족한 면보다는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해요. 어떤 길을 가더라도 내가 하기 나름이니까요!”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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