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에서 대구 중심가까지 16분

2025-01-22 13:00:03 게재

대구~구미·경산 1시간대 생활권

지방 최초 광역철 대경선 연착륙

21일 오전 10시 29분 경산역에서 출발한 광역철도 대경선 두 량짜리 열차에는 60여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대경선 정원은 좌석 78개, 입석 218개 등 296명이다. 평일 오전인데도 승객은 적지 않았다. 나들이 하는 어르신 뿐만 아니라 주부, 청소년 등 다양했다. 승객이 대거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의 콩나물 시루같은 과밀현상은 없었다. 이 열차는 동대구역, 대구역, 서대구역, 왜관(칠곡군) 사곡역(구미시)을 정차한 후 종점인 구미역까지 운행한다.

비수도권 최초로 운행된 광역철도 대경선이 경산 대구 칠곡 구미간 하루 최대 왕복 100회 운행하고 있다. 대구 최세호 기자

정확히 10분 뒤 동대구역에 도착했고 대구역에는 10시 45분에 정차했다. 정차 시간은 1~2분을 넘지 않았다. 경북 경산시에서 대구 중심가인 대구역까지 소요된 시간은 불과 16분이었다. 대구 지하철 2호선의 소요시간보다 적게 걸렸다. 동대구역과 대구역에서 많은 승객이 타고 내렸다. 대구도심에 용무가 있는 승객이 내리기도 했지만 왜관과 구미 등으로 가려는 승객들이 탔다. 좌석은 만석이었고 입석 승객도 확 늘었다.

경산역에서 동대구역을 거쳐 구미역까지 61.8㎞를 운행한 전철은 오전 11시 27분, 정확히 1시간 이내에 도착했다.

경산역에서 동대구역까지 이용한 주부 A씨는 “지하철을 이용해 동대구역이나 대구역에 있는 백화점까지 오려면 버스나 택시로 환승해야 되는데 새로 생긴 전철을 타면 바로 올 수 있고 시간도 단축돼 좋다”고 말했다.

보호자와 동행한 한 어르신은 “새로 전철이 생겼다고 해서 호기심에 탔다”며 “좌석이 따뜻하고 타고 내리기가 일반열차 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 열차에는 운행 중 공기청정기가 상시 가동되고 좌석에 열선이 설치돼 있어 일명 ‘엉뜨(엉덩이를 뜨겁게 하다)’ 열차로 호평을 받고 있다.

대구에서 구미까지 기차나 광역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최모(63)씨는 “기차보다 차량운행편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밤 늦게까지 운행해 좋다”며 “다만 출퇴근시간에 KTX 등의 운행시간과 겹쳐 대기하는 경우가 있고 좌석수가 부족해 입석으로 40분 정도를 가야하는 불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1시간에 2~3편의 전철이 수시로 운행되다보니 과거보다 많은 시민들이 쇼핑 등을 이유로 대구로 빠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객의 편의증진과 함께 사회경제적 비용감소라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대구와 칠곡 및 구미 간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정체현상이 완화됐다. 주로 대구에 살면서 칠곡과 구미의 산업단지로 출퇴근하는 승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칠곡군 관계자는 “왜관IC는 출·퇴근시간대에 상습정체를 빚었으나 대경선이 운행된 후 교통흐름이 크게 개선됐다”며 “지역경제에는 다소 악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사회경제적 비용이 절감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퇴근시간대 과밀현상, 좌석수 부족 등의 일부 논란에도 비수도권 최초로 광역철도로 개통된 대경선은 대구시와 경북도 일부도시를 1시간대 생활권으로 바꾸면서 일단 연착륙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경선은 지난해 12월 14일 개통해 지난 13일까지 1개월간 87만2000명이 이용했다. 하루 평균 2만8000여명이 이용한 셈이다. 당초 예측수요 4만7000여명의 59.9%수준이다. 평일 평균은 2만6123명, 주말 평균은 3만2391명. 하루 최대 수송일은 지난해 12월 25일 4만5118명이었다. 승·하차 인원은 대구역이 6283명으로 가장 많았다.

허준석 대구시 교통국장은 “아직 초기 개통에 따른 호기심과 관광·쇼핑 등 비고정 승객이 많다”며 “교통약자에 대한 요금 감면과 현장발권 없이 교통카드로 시간당 3대로 운행되는 열차를 타기만 하면 되는 편리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경선은 평일 기준 하루 최대 왕복 100회 운행된다.

좌석수 부족에 따른 입석이용과 대기문제 등은 장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대경선은 기존 경부선의 여유용량을 활용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입석이 불가피한 전철”이라며 “향후 정차역 증설과 노선연장 등에 따른 이용수요, 선로용량, 보유차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책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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