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4만원 영어유치원, 비용은 고교생 3배
초등 가기 전 ‘교육 전쟁’
5세 사교육 참여율 81%로 충격
교육부가 13일 처음 공개한 유아 사교육 실태에서 충격적인 실상이 드러났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부 한 곳에 다니는 데만 매달 154만원이 들고 5세 유아 10명 중 8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로 절반에 육박했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2세 이하는 24.6%인 반면 5세는 무려 81.2%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마지막 1년 동안 사실상 대부분의 아이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는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영유아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 특히 반일제(3시간 이상) 영어학원인 영어 유치부에 다니는 경우 월평균 비용이 154만5000원으로 같은 기간 고등학생 사교육비(52만원)의 약 3배에 달했다.

◆빈부격차가 가져온 교육격차, 7배 차이 =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기에 사교육이 폭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준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일반과목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 학부모들은 ‘입학 준비’(67.6%)를 1위로 꼽았다. 이는 예체능 과목 수강 이유(재능계발 및 진로탐색 60.3%)와 확연히 다른 패턴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읽기 쓰기 연산은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처음부터 뒤처지면 계속 따라잡기 어렵다는 얘기에 불안해서 한글 수학 영어 학습지는 물론 주 3회 놀이학원까지 보내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득에 따른 사교육 격차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유아 사교육비는 32만2000원으로 300만원 미만 가구(4만8000원)의 6.7배에 달했다. 참여율도 62.4%대 29.5%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 해 유아 사교육 시장 규모는 약 3조원(분기 8154억원 기준)으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이번 시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국가승인 통계로 전환하는 정식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조기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공교육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유아기 교육격차가 학령기 학습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아 교육·보육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보편적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공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중·고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 “정부 정책 효과는 제한적” = 이날 함께 발표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사교육비 총액이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으며 사교육 참여율도 80%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80% 선을 넘어섰다. 특히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전년 대비 2.7%p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읍면지역의 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율이 9.8%로 도시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늘봄학교 확대, 자기주도학습 지원센터 운영 등을 제시했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근현 디지털교육기획관은 “교육격차가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