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시대’ 순기능?…선고일 폭력행위 ‘미미’

2025-04-07 13:00:24 게재

탄핵 촉구는 헌재 앞, 반탄집회는 용산 관저로 ‘분산’

경찰 ‘진공작전’ 효과 … 법원난동 엄정대응 선례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는 폭력행위가 우려됐지만 오히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피해가 미미해 눈길을 끈다.

경찰이 헌재 인근을 이른바 ‘진공상태’로 만드는 고강도 대응책으로 집회인원 간 충돌을 사전 차단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관저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것도 지지자들이 광화문 쪽에 몰리지 않고 용산으로 분산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헌재 선고가 있었던 이달 4일 헌재 주변에는 탄핵 촉구 시민들이 안국역 주변에 최대 1만명(비공식 추산) 모였다. 반면 헌재 주변 탄핵 반대 집회 규모는 최대 300명에 불과했다.

그 무렵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용산구 한남동 관저 주변에 최대 1만6000명이 모였다. 탄핵 인용시에는 윤 대통령을 지키고, 기각 시에는 개선 행진을 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됐다.

이날 지지자들의 대대적인 ‘용산행’으로 그들이 점유하던 광화문 일대는 오히려 텅 비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고 완충지대까지 만들면서 반탄집회측이 헌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마침 윤 대통령도 청와대를 벗어나 있으니 주변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4명의 사망자가 나왔던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에는 탄핵 찬성·집회 인원들이 모두 헌재 및 광화문 주변에 집결해 있어 혼잡한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경찰이 헌재 반경 150m를 ‘진공상태’로 만들고 완충구역까지 만들면서 이렇다 할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헬멧과 방독면 등을 쓴 남성이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깨다가 경찰 기동대원들에게 체포·구속되고, 주말 동안 윤 대통령 지지자 한 명이 자해 미수에 그친 사건 정도가 있었다.

경찰은 이날 최고 단계 비상 체제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전국에 기동대 338개 부대 2만여명을 배치했다. 서울 지역에만 210개 부대 약 1만4000명을 투입했다.

8년 전에도 ‘갑호비상’이 발령됐고 서울 도심 일대에 271개 부대 2만1600여명이 투입됐다. 결국 차이를 낸 것은 ‘진공작전’이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술에 취한 지지자나 일부 유튜버들이 취재진을 향해 욕설하며 달려들고 차로에 뛰어드는 등 돌발 행동을 했지만, 대기하던 경찰이 즉각 이격 조치하기도 했다.

이밖에 앞서 올해 1월 벌어진 ‘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에 대한 경찰의 엄정대처가 반탄측에 경고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부지법 난동사태 후 경찰은 140명을 입건하고 이 중 90여명을 구속·송치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