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너도나도 지역화폐 발행 확대
경기침체 해소할 수단으로 자리 잡아
윤석열 파면 이후 ‘국비 지원’ 기대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규모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다.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랜 경기침체를 해소할 주요 수단으로 지역화폐를 꼽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만 해도 국비 예산 편성이 되지 않아 주춤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하반기 국비 지원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발행규모 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1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도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5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국비 지원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다. 국비가 지원된 지난해에는 5309억원 정도 발행했는데, 올해 발행규모는 4349억원에 그쳤다. 도는 앞으로 추경을 통해 국비 지원이 확정되면 그 규모에 맞춰 추가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
경북의 변화도 눈에 띈다. 도는 올해 본예산에 40억원을 편성했으나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30억원이 삭감돼 10억원만 집행했다. 지난해 발행액이 14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산불 피해 극복을 위해 최근 1차 추경안에 70억원을 추가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는 이 가운데 안동·의성 등 산불 피해지역 5개 시·군에 30억원을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부산시도 동백전 캐시백 한도 확대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한다. 월 캐시백 한도 금액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리고 캐시백율도 매출액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혜택을 7%로 올린다.
4.2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장인홍 서울 구로구청장이 3일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결재한 1호 정책이 구로사랑상품권 확대 발행이다. 당초 79억원 발행 계획이었는데, 최대 2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같은 날 취임한 오세현 충남 아산시장도 1호 공약으로 지역화폐 확대를 제안했다.
경기 성남시는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10% 특별할인 기간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3개월만 적용하기로 했다가 3개월 연장한 것이다. 성남시는 1인당 월 구매한도도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시는 특별발행분이 소진되면 2500억원을 추가해 올해 총 7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의 3배 규모이고, 전국 최대 수준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반대로 발행이 중단된 대전시에서는 중구가 유일하게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추진한다. 대전 중구는 지난 3일 중구사랑사품권 ‘중구통’ 통장홍보단 발대식을 하고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김제선 구청장이 직접 중구청 인근 ‘종로할머니칼국수’ ‘제일화방’을 각각 1·2호 가맹점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올해 상품권 발행 목표는 200억원이다.
◆상품권 활용방법도 진화 = 지역사랑상품권이 다른 형태로 진화하는 양상도 보인다. 경남도는 10일 ‘1회용품 없는 날’을 맞아 경남환경사랑상품권 2억원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2회차 발행인데, 총 4회에 걸쳐 9억1000만원 규모로 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구매자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최대 1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다. 운영 방식은 기존 지역사랑상품권과 동일하다. 다만 기존 상품권 가맹점 가운데 다회용기를 이용한 포장 주문이 가능한 커피(음료)전문점 일반음식점 제로웨이스트샵 등 지정된 초록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제 경남에는 1000여개의 초록매장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9개는 올해 1분기 새로 지정된 매장이다.
전북 고창군은 4월부터 ‘선물하기’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에서 간편하게 상품권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모바일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려면 본인 명의 계좌를 등록한 후 충전해야 했다. 하지만 선물하기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앱에서 송금하기 버튼을 누른 다음 받는 사람의 이름·연락처·금액을 입력하면 본인의 충전 금액 안에서 월 최대 3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고창군은 서비스 도입으로 충전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친구·가족 간 간편한 송금이 가능해 상품권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10% 할인 판매와 함께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최세호·이제형·방국진·윤여운·곽재우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