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트럼프 상호관세, 미중 경제 성장률 낮춘다

2025-04-11 13:00:13 게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주요 교역대상국과 업종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4월 2일에는 교역대상국에 작게는 10% 많게는 49%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중국이 “끝까지 싸우겠다”며 보복관세로 맞대응하자 곧바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125%로 인상했다.

미국, 세계경제에서 소비자 역할 포기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소비자 역할, 중국은 생산자 역할을 했다. 미국 가계가 소비를 많이 했고 중국은 상품을 생산해서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중국은 미국에 직접 투자와 더불어 증권투자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경제는 금융 중심으로 중국 경제는 실물 중심으로 성장했다. 2000년 말에 34조4682억달러였던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이 2024년 말에는 128조8699억달러로 3.7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자산의 비중도 330.3%에서 433.6%로 늘었다. 금융자산의 증가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미국의 소비를 더 증가시켰고, 이는 다시 미국의 수입을 늘렸다. 여기서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중국이었다. 2000년에서 2024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6조7597억달러였고, 이는 중국의 고성장의 한 축이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관세로 수입물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오르면서 미국 가계가 소비를 줄일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해 역시 소비가 줄어든다.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축소되고 기업은 고용을 줄일 것이다.

고용이 줄면 다시 소비가 감소하면서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4월 3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준)의 ‘GDPNow’ 모델은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2.9%로 전망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다가 주가 하락도 역의 부의 효과로 소비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이어 중국이 보복관세를 발표한 날 전후(4월 3~4일)에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과 나스닥 두지수가 각각 10.5%, 11.4%씩 떨어졌다. 미국의 소비 위축은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중국 등 미국의 수출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의미한다. 이는 시차를 두고 미국 금융자산에 대한 대외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다. 2024년 말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12.4%(2021년 말 322.3%로 사상 최고치)로 20~23년 평균인 113.3%를 훨씬 넘어섰다. 필자가 명목 GDP로 평가해보면 지난해 말 S&P500이 21% 정도 과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줄어들면 미국 주가지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외국인 미국 채권 수요 감소로 시장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지난해 말 연방정부 부채는 36조2186억달러로 GDP의 124.1%에 이를 정도로 높다. 지난해 연방정부의 이자 비용도 GDP의 3.0%로 1991년 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정부는 관세로 정부 수입을 늘려 부채와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이다.

정책적으로 미 국채 내다 팔고 있는 중국

문제는 외국인들이 미국 국채 보유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보유액 자체를 줄이고 있다.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이 2001년 786억달러에서 2013년에는 1조2700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그 금액이 8594억달러로 대폭 줄었다. 미중 패권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이 정책적으로 미 국채를 줄이고 있는 과정인데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머물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정부의 재정정책과 관세정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불확실하기에 금리를 더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세는 상품가격 상승으로 소비를 줄여 미국의 총수요 곡선을 좌측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한편 관세는 중간재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생산비를 증가시켜 총공급 곡선을 역시 좌측으로 이동하게 한다. 어느 쪽이 더 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래리 서머스는 관세로 인한 공급 측면 충격이 더 커 물가와 실업률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경우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와 고용 중 선택을 해야 한다. 필자는 물가상승률보다 고용 감소율이 더 커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금리도 일시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준이 목표로 내세운 2%를 초과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미국 국채를 계속 줄여갈 것이기에 미국 시장금리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이는 외국인의 미국 국채 보유 축소와 더불어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이다. 여기다가 트럼프행정부는 달러 약세를 유도할 전망이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작성한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자 가이드’에서 달러의 과대평가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고착화했으며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전술적 수단에 불과하고 달러 약세 유도가 미국의 대외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질이라 했다. 그러면서 미란은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와 유사한 마러라고 협약(Mar-a-Lago Accord)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달 발표될 ‘환율보고서’(주요 교역대상국의 거시경제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등 일부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그 나라 통화가치 상승을 유도할 전망이다.

중국 내수 중심으로 성장

중국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고율 관세와 더불어 미국경제의 침체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 상품을 다른 시장으로 돌리려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중국의 상품을 충분히 수입해갈 만큼 그렇게 좋지 않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54%의 관세가 유지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이 1.7~2.4%p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내수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2023년과 2024년 중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2%일 만큼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근접한 상태에 있다. 지난 3월 5일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제시했고, 이들 달성하기 위해서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내수를 부양하기로 했다. 여기다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다. 스티븐 미란이 지적한 것처럼 달러 강세로 미국의 소비가 늘고 무역적자가 확대됐다. 마찬가지로 위안화 강세는 중국의 소비와 수입을 증가시킬 것이다.

미중 관세전쟁은 양국 경제가 극단적 침체까지 가기 전에 협상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치 하락과 동시에 위안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 저성장과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중국경제는 내수 중심의 성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양국 경제 특히 미국경제가 과거보다 성장률이 낮아지는 축소 균형일 것이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