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채권자목록 4조5천억대 누락

2025-04-14 13:00:40 게재

재무상태표 부채 8조5000억원과 6조원 차이

법원 “리스부채·상환전환우선주 등 빼고 제출”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목록에서 리스부채 등 4조5000억원대의 갚아야할 돈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갚아야할 부채에 대해 지난 1월 24일 기준 가결산한 재무상태표상 약 8조5278억원이라고 했다가, 채권자목록에서 약 2조7000억원이라고 했다. 홈플러스의 재무상태표와 채권자목록상 갚아야할 빚의 규모는 약 6조원의 차이를 보인다. 이에 법원 관계자는 “리스부채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확인했다. 리스부채는 약 3조4600억원, RCPS는 약 1조1000억원에 이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홈플러스로부터 2조7000억원 규모의 변제금을 담은 채권자목록을 제출받았다. 채권자목록은 채무자 회사인 홈플러스가 어떤 채권자들에게 얼마씩의 빚을 갚아야 하는지를 정리한 문서다.

법원은 이날 홈플러스가 회생담보권 4건 총 269억원, 회생채권 2894건 총 2조6691억원을 갚아야 할 빚으로 채권자목록에 적었다고 했다. 다만 회생채권은 담보신탁채권, 대여금채권,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이뤄졌다고 했을 뿐 구체적 금액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홈플러스가 법원에 낸 채권자목록의 변제금 약 2조7000억원은 지난달 4일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 결정문’에서 밝힌 홈플러스의 총 부채 8조5278억원의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법원은 지난 1월 24일 기준 가결산한 재무상태표상 홈플러스의 총부채는 약 8조5278억원이라고 했다. 또 홈플러스가 신청서에서 밝힌 부채는 임차료 등 리스부채 약 3조4600억원, RCPS 약 1조1000억원, 신탁담보대출금 약 1조2000억원,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약 4618억원, 기업어음(CP) 1880억원, 매입채무 약 5505억원 등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 같은 차이에 대해 “홈플러스가 재무상태표 부채항목에서는 리스부채, RCPS 등을 다 반영했다가 이번 채권자목록에서 제외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부채의 상당 비중은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등으로 구성된 리스부채다. 세일앤리스백은 MBK가 2015년 7조2000억원을 동원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추진한 자산유동화 회수 전략의 핵심으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점포 15개를 매각해 약 1조86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부동산을 팔아 현금화하고, 그 자리에 다시 임차 형태로 들어가는 세일앤리스백을 했던 것이다. 홈플러스가 현재 운영 중인 126개 점포 중 68개가 세일앤리스백의 점포다.

세일앤리스백은 유통업 호황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불황기에는 큰 재무 부담이 됐다. 홈플러스는 신청서에서 세일앤리스백의 적자 점포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자요소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하여 과거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하는 동시에 임차하였던 점포에 대하여 ‘쌍무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계약해지권’ 활용한 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홈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세일앤리스백의 적자 점포를 대상으로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이행 선택’(임차료 30~50% 인하할지 등의 여부)을 채권자들에게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고, 이번 채권자목록에서 제외시켰다.

법원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현재 임대점포 차임료 미지급과 관련해 ‘채무자회생법’상 해지권을 행사한 후 법적 성격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24일까지 채권자들의 채권누락 신고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ABSTB의 경우 카드사를 채권자로 신고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홈플러스로부터 직접 변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5000만원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의 상거래채권은 모두 변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측은 채권자목록에서 리스부채와 RCPS 외에 미지급 비용 등으로 차이가 발생했다고 답변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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