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부채 ‘6조원 증발’
회생 전 부채 8조5000억원 → 회생 후 2조2700억원
“채권자목록 2조7000억원 실제 변제금 아니다” 부인
홈플러스가 갚아야 할 부채 규모를 공개할 때마다 액수가 대폭 감소하고 있어 주목된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밝힌 총부채는 8조5278억원이지만 지난 10일 채권자목록을 제출할 때는 2조7000억원으로 규모가 대폭 줄었다. 14일 홈플러스는 다시 총채무액이 2조2700억원이라고 밝혔다. 회생신청 및 개시 결정 후 40여일 만에 6조2578억원의 부채가 증발한 셈이다. 홈플러스가 갚아야 하는데도 부채에서는 제외된 항목도 있어 향후 회생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홈플러스는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지난 10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채권자목록 리스트상 총 채무금액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회생계획안 변제 계획에 반영될 실제 총 채무금액은 2조2700억원”이라고 바로 잡았다. 채권자목록에는 약 2조7000억원이라고 적어냈지만, 이는 실제로 변제할 금액이 아니라는 이유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 최두호·박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홈플러스로부터 2조7000억원 규모의 변제금을 담은 채권자목록을 제출받았다.
채권자목록은 채무자 회사인 홈플러스가 어떤 채권자들에게 얼마씩의 빚을 갚아야 하는지를 정리한 법정 문서다. 홈플러스는 이 법정 문서에 회생담보권 4건 총 269억원, 회생채권 2894건 총 2조6691억원을 갚아야 할 빚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회생채권에 대해 담보신탁채권, 대여금채권,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기업구매전용카드채권(ABSTB), 물품대금채권, 매출정산대금채권, 비상품대금채권, 리스료채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등으로 구성된다며 종류를 나열했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날 이 법정 문서를 제출 4일 만에 뒤집었다. 홈플러스가 6월 12일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상환 중에 있는 상거래 회생채권’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포함되지 않고 제외된다는 설명을 붙여서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홈플러스가 ‘상거래 회생채권’을 6월 12일 제출기한의 회생계획안에서 빼려면 대기업 등의 상거래채권을 기한 전에 전액 변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조기변제 허가 신청이 없다. 앞서 법원이 지난달 7일 이후 3차례에 걸쳐 조기변제를 허가한 금액으로는 상거래채권의 완전한 청산이 불가능하다. 겨우 5000만원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 상거래채권을 변제할 수 있었을 뿐이다. 게다가 홈플러스는 현재 대기업과 6월말까지 상거래채권을 변제하는 것으로 협상 중이다. 6월 12일을 지나 6월말에 이르러서야 대기업 등 상거래채권 변제 완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홈플러스가 리스부채 약 3조4600억원을 빠뜨리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홈플러스가 현재 운영하는 126개 점포 가운데 68곳 임대점포의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에 대해 채권자목록’에 이어 ‘미디어 브리핑’에서도 누락하고 있어서다.
법원 관계자는 “세일앤리스백은 홈플러스 리스부채의 핵심으로 (홈플러스가) 세일앤리스백의 해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언급이 없다”며 “만일 행사로 손해배상채권이 되면 바로 회생채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홈플러스 관계자는 “리스부채는 아직 협상 등으로 조정이 완료되지 않아 채권자목록에 포함하지 않았다”면서도 회생계획안에서 빠지게 되는 이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상환전환우선주(RCPS) 1조1000억원도 문제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채권처럼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특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이처럼 RCPS는 채권(부채)과 주식(자본)의 중간 성격을 갖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은 부채로 분류한다. 그런데, RCPS가 법원의 관리로 넘어가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주식으로 봐 자본으로 분류한다. 이 RCPS엔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원금 기준 5179억원 물렸다. 배당과 이자율까지 더하면 국민 노후자금의 국민연금 손실액은 80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RCPS에 대해 상환권을 행사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홈플러스가) 밝히지 않고 있어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면서 “RCPS를 보통주로 해서 자본 전환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RCPS 투자자의 경우 회생절차에서 자본전환해 주주로 바뀌면 채권자가 아니므로 권리변경의 대상으로서 회생계획안에 반영된다”며 채권자와는 다르게 취급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4일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자금조달이 어려워 채무미변제 사태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명령과 포괄허가 신청’을 했다. 지난 1월 24일 가결산 기준 홈플러스의 총부채는 약 8조5278억원이다. 임차료 등 리스부채가 3조4600억원이고, RCPS 1조1000억원, 신탁담보대출금 1조2000억원, ABSTB 4618억원, CP 1880억원, 매입채무 5505억원 등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