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동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기업이 좋아하는 인재 배출하는 대학 만들 것"

2021-03-29 12:06:15 게재

교육과정 개편하고 교수평가 강화해 교육의 질 높여 … 학교·학생 정보 공개로 학부모와 소통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과기대)는 수요자인 학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교육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공·학년·교과특성을 고려해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했고, 교수평가를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학부모가 대학의 정보를 공유하고, 자녀의 대학 생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학부모 포탈'을 구축하기도 했다. 내일신문은 26일 모교출신 첫 총장이기도 한 이동훈 총장을 만나 대학의 변화와 이를 위한 노력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로 어느 때보다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동훈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은│서울과기대 기계공학과 졸업(1987)/숭실대 기계공학 석·박사/서울과기대 기계·자동차공학 교수(1995~)/산학협력단장·연구산학부총장(2017∼2019년)/서울과기대 기술지주 이사(2018∼)/서울과기대 총장(2019~)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 진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사회에 나가서는 서울과기대 졸업생임에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질 좋은 교육이 기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한 가지 기술만 갖춰도 충분히 사회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융합·창의적 사고를 가져야 하고 리더십과 팀워크 등의 소프트웨어적 스킬도 갖춰야 한다. 이런 것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규교육과정 만으로는 어렵다.

■정규 교육과정만으로 어렵다면.

과거에는 기준 이수학점을 취득하고 졸업전공시험에 합격하면 졸업했다. 사회가 다변화된 지금은 단순한 시험만으로 졸업을 하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올해 신입생부터 졸업학점과 졸업전공시험은 물론 '에픽(EPiC) 졸업요건'을 충족하도록 졸업요건을 강화했다. EPiC 졸업요건에는 졸업생의 질적 수준·경쟁력 제고를 위해 설계된 대학지정 요건과 비교과 요건이 포함된다. 졸업을 위해서는 각 요건의 세부항목에 부여된 인정 점수를 700점 이상 획득해야 한다.

학생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체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학은 학생이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추도록 지원한다.

■학부모에게 학교와 학생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학부모 대부분은 고등교육을 받아 자녀가 어떤 교육을 받는지 안다. 학교가 자녀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판단되면 학부모 스스로 주변에 우리 대학을 추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공은 물론 비교과 교육과정, 성적, 장학금, 상담내용까지 공개한다. 물론 학생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정보공개는 어떤 효과가 있는가.

이런 정보를 알면 가정에서도 교육에 대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결국 학생 진로지도에 도움이 된다. 입학도 중요하지만 자녀가 어느 분야에 어떤 모습으로 진출할지도 중요하다. 학부모들에게 이것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다. 대학도 학부모들과 소통을 통해 교육과정과 생활지도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다.

학부모도 구성원의 일원이 돼 학교 운영에 함께 참여하자는 취지다.

■결국 교육의 질이 문제다. 교육의 질은 무엇보다 교수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교수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수는 기존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만의 철학과 이론을 연구하고 정립해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사람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 진출 후에 새로운 분야의 아이템을 만들고 창조·창의적인 활동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교수들의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해 승진규정을 강화했다. 이 규정은 교수가 제자들에게 깊이 있는 지식을 가르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양성하는 최소한의 자질을 갖추는 기준이다.

우리 대학은 연구를 잘하는 교수를 우대한다. 연구 실적이 좋은 교수는 수업 시수를 감면해줘 연구에 몰입하도록 지원한다. 학교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것만으로 교수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부족해 보인다.

우리 대학은 한발 더 나아가 고품질 교육 보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체로 교수강의평가를 실시하면 70점 이하 강좌가 20개 정도 나온다. 평가 결과가 낮은 강의를 들은 학생에게 올해부터 수업료의 일부를 장학금 형태로 환원시켜준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된 지 오래다. 학생 취업을 위한 정책 중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가.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도 다양한 취업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대학은 한발 더 나아가 교수 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우리 대학도 다른 학교처럼 교수들이 개발한 기술을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에 제공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부가가치만 창출했지 학생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지금은 많은 교수들이 창업을 했고 그 곳에서 서울과기대 출신을 고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실무를 익힌 인재들이 규모가 큰 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인력사관학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교수들이 창업한 기업들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졸업생 취업률을 높이는 통로가 되고 있다.

■교수 창업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우리 대학의 창업지원 공간은 국내 최대 규모다. 또 겸직허가 수준이던 지원을 앞으로 연구년 보장 등으로 확대한다. 또 산학협력단 중심으로 기업연구소를 유치해 모든 교수연구실에 기업연구소 푯말을 붙이고 기업연구원이 함께 연구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 대학은 우수한 교수와 학생자원, 고가의 기자재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교수들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대학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학교 안으로 기업연구소가 들어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복합 시설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노력들로 서울과기대가 우리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바라는가.

기업이 좋아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 수준 높은 지식은 물론 올바른 사고를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BK21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안다.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나.

우리 대학은 '데이터사이언스 비즈니스 포텐셜' 교육연구단과 건설융합기술 기반 방호안전 분야 미래인재 양성 교육연구팀이 BK21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BK21사업 선정은 2012년 일반대학 전환 이후 대외평가에서 연구역량 강화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보다 많은 학과들이 BK21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연구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실제 대학원생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

우리 대학은 2027년 8월까지 총 5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선정된 사업단(팀) 소속 대학원은 석사과정의 경우 월 70만원, 박사과정은 월 130만원의 연구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는 안정적으로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들에게는 BK사업뿐만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도 다양한 장학 혜택이 제공된다. 해당 연구단 소속 학생들은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게 된다. 이를 포함하면 석사과정 연 1500만원 이상, 박사과정은 연 2200만원 이상의 장학금이 지원된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정책 또는 활동에 대해 말해 달라.

대학이 위치한 노원지역의 발전을 위해 경춘선 숲길 활성화, 지역주민 상권 창출, 취업지원 등 노원구청과의 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재난상황에 국립대학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지역사회 위기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학내에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 대학은 지역사회 기반 평생교육체제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문화행사, 평생교육 참여 기회 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 봉사 및 상생협력하기 위한 '이음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코로나19 팬더믹이 끝나도 세계는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삶과 일에 대한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대학교육도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대학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분야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신설한 인공지능응용학과를 비롯해 2022학년도에는 '지능형반도체공학과'와 '미래에너지융합학과'를 신설한다.

원격교육시대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선제적으로 온라인 수업시스템인 LMS서버 고도화를 진행했다. 또 기존 강의실을 원격 수업이 가능한 첨단 스마트 강의실로 전환해 고화질의 실시간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개선중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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